아름다운사회

소유와 존재

소유와 존재

by 정운스님 2016.12.20

옛날 중국에 유명한 대장군이 있었다. 장군은 수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적과 휴전에 들어갔고, 장군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간만에 그는 차를 마시려고, 평소에 늘 갖고 다니던 차관과 찻잔을 꺼내었다. 찻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애장품으로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갖고 다닐 만큼 애착을 갖고 있었다.

뜨거운 물을 끓이고, 물을 차관에 넣은 뒤, 차를 우린 뒤에 다시 찻잔에 차를 따랐다. 뜨거운 찻잔을 드는 순간 그는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행히도 찰나에 한 손으로 찻잔을 받아 찻잔이 깨지지 않았다. 장군은 순간 너무 놀라서 가슴이 철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잠시 장군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뇌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화살이 날아와 부하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밥 먹듯이 목격했고, 적을 공격하기 위해 부하들이 성벽에 올랐다 떨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모습도 보았다.
말 그대로 전쟁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았던 그였다. 수많은 부하 장수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도 가슴이 철렁하지 않았건만 찻잔 하나에 가슴이 철렁했다는 사실에 자신이 부끄러웠다.
필자도 옛날 경상도 운문사에서 공부할 때, 이런 유사한 경험을 했었다. 당시 어른[명성] 스님께서 내게 벼루에 먹을 갈려고 하였는데, 갈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사이, 먹이 벼루에 달라붙어 뗄 수가 없었다. 이때 스님께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큰 문제지, 이런 게 무슨 큰일이냐?’며 오히려 필자를 안심시켰다. 이때 얻은 교훈이 오랫동안 내 인생의 지침이 되곤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목록으로 만든다면, 무엇들을 리스트에 올리는가? 교양과목 수강생들에게 종종 이런 과제를 부과한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세 가지 이상 서술하라.’ 이렇게 부과해놓고 꼭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 “인간이 <소유물>과 <존재> 사이에 무엇을 가치에 두느냐는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소유물보다 존재에 의미를 두는 것이 소중한 가치 개념이라고 본다. 적어도 이런 점에 부합됐으면 한다.”
글쎄? 물질이 살아가는데 긴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소중한 항목으로 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슬퍼 보인다. 물건의 집착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일이 반드시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물건이란 곧 사라져 버릴 무상한 것으로 잠시만의 행복을 줄 뿐이지 영원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물질[찻잔]보다 사람[부하]의 가치 개념을 둔 대장군이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부하 한 사람 한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소중한 아버지요, 남편이요, 자식이 아닌가?!
연말 즈음이다. 내 삶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사유해보자. 이 사유는 바로 현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전환점이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