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천장으로 열린 문

천장으로 열린 문

by 김민정 박사 2016.12.16

가슴 치고 통곡하며
어머니를 불렀던 방

애절한 마음 따라
벽도 함께 울었을까

하늘에
소원하라고
천장이 열린 그 방

따프롬 사원은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 유적군으로 불리는 사원이나 궁전 중의 하나로, 12세기 말에 불교 사원으로 건립되어 후에 힌두교 사원에 개수되었다고 생각되는 유적이다. 따프롬을 창건한 것은 크메르인의 왕조, 앙코르 왕조의 자야바르만 7세이다. 이 사원을 세울 당시에는 엄청난 인력과 재원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거목들을 베어내고 바닥을 돋워 주변의 정글 숲을 압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화는커녕 사람 살던 흔적조차 세월의 더께 속에 묻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정글이 돼 가고 있는 곳이다. 앙코르 문명, 앙코르 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왕, 자야바르만 7세의 치세시기에 자신의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었다는 ‘따프롬 사원’. 이 사원은 수도원으로서의 목적이 강해 복원 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일부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도 한쪽에선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원의 돌에 새겨진 기록을 보면 18명의 고승과 2,740명의 관리, 2,202명의 인부와 615명의 무희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사원의 재산 중에는 500kg이 넘는 황금 접시 한 쌍과 35개의 다이아몬드, 40,620개의 진주, 4,540개의 보석이 있었던 사원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위해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박아 뚫려있는 천정을 통해서 밤에 달빛이 들어오면 최고로 아름다운 방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누군가가 모두 빼 가고 흔적들만 남아 있어 그 옛날 영광스런 모습은 볼 수가 없어 허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보석의 방 옆에는 자야바르 7세가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다는 방인 통곡의 방이 있다. 하늘이 트여 있는 이 방은 신기하게도 손뼉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면 울리지 않는데, 벽에 기대어 가슴을 치면 퉁퉁 커다란 소리로 울려 퍼지는 공명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효심이 깊었던 자야바르만 7세를 위해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가슴을 치면 방에 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를 했다고 한다. 나도 쳐 보았더니 역시 울림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한국 사람들처럼 그들도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깊었구나 생각되어 가슴이 뭉클했다.
1860년 프랑스의 자연과학자인 앙리모우는 정글 속에 숨어 있던 크메르 문명의 유적지를 발견하게 된다. 폐허가 된 사원과 스펑나무(뱅골보리수)의 뿌리에 휘감겨 있는 따프롬 사원을 발견하면서 크메르 문명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새가 날아가며 떨어뜨린 씨앗이 사원의 벽에 뿌리를 내리면서, 거대한 나무로 성장한 모습이 이곳 사원의 특징이다. 이 사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2001년 상영된 안젤리나 졸리 출연의 툼 레이더 영화를 여기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덤 약탈자’라는 뜻의 이 영화 속에서 이곳은 비록 단역에 불과했지만 ‘잃어버린 문명’을 대표하는 가장 강렬한 상징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고 있다. 500여 년 만에 기세등등했던 인공의 힘이 자연의 힘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 모습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자연의 힘이 인간의 힘보다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