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편안하다
비우면 편안하다
by 이규섭 시인 2016.12.09
겨울이 오는 길목의 오솔길은 호젓해서 좋다. 단풍 나들이처럼 수다스럽지 않아서 좋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로 속살을 드러낸 원시의 자연이 정겹고 반갑다. 60년의 시간이 멈춰버린 DMZ 민통선 안 두타연 트레킹 코스는 고즈넉하다. 녹슨 철조망엔 역삼각형 노란 테두리의 빨간 바탕에 ‘지뢰 MINE’라고 쓴 표지판이 걸렸다. 분단의 현장임을 실감한다. 2013년부터 민통선의 일반인 개방 정책에 따라 출입이 가능해졌어도 출입 절차는 밟아야 한다.
이목정 안내소에서 신분증 확인을 마치면 GPS 궤적이 가능한 ‘위치추적 목걸이’를 준다. 지뢰밭이 있고 야생동물이 다니며 금강산까지는 불과 32㎞, 안전을 위한 조치니 감수해야 한다. 트레킹 코스 들머리 열목어 조형물엔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라고 쓰였다.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백석산 지구 전투’에서 쓰러진 장병들을 추모하는 ‘양구 전투위령비’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의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다.
위령비 맞은 켠 조각공원엔 다양한 작품과 재래식 무기를 전시해 놓았다. 분단지역 철조망으로 노란 꽃을 만들어 호국영령에게 바친 ‘헌화’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지나면 두타연 폭포. 두타정에서 바라보면 계곡과 이어져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열목어는 산란기가 되면 10m 높이의 물줄기를 거슬러 오른다고 한다. 이목정 안내소 안내판에서 사진을 보고와 실감 난다. 열목어는 천연기념물 제74호로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살고 이곳이 국내 최대 서식지다. 눈이 빨개 빨갱이 물고기라고도 한다.
금강산 가는 옛길 두타연 계곡 징검다리를 건넌다. 지금은 사라진 고향 앞 개울의 징검다리가 떠오른다. 추억 한 자락이 짧게 스쳐 간다. 물속에서 하얀 조약돌을 찾아 소년을 향해 던지던 ‘소나기’의 소녀도 떠오른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나면 순수해진다. 징검다리를 스쳐 흐르는 물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산모퉁이를 도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문화해설사는 “이 다리를 건너며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놓으시라.”고 한다. 법어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지뢰체험장. 지뢰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다양한 지뢰 전시와 성능을 표시해 놓았다. 철조망 안 나무들은 잡목투성이다. 지뢰로 간벌을 못하니 나무들이 크지 못한 탓이다.
이곳엔 천년고찰 두타사(頭陀寺)가 있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재되어 창건 시대는 고려 시대로 추정한다. 두(頭) 자가 시문 된 명문(銘文) 기와 조각이 이곳에서 수습되어 두타사 절터임을 입증해 준다. 두타는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것’을 이르는 불교 용어로 산스크리트 ‘두타(dhuta)’의 음역이다. 나무들이 잎을 떨구며 겨우살이를 준비하듯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면 육신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두타연 언저리엔 살얼음이 끼여 명징하다.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두타폭포를 바라보는 정신도 절로 명징해진다. 분단의 비극이 보호한 원시의 자연 앞에 겸허하게 옷깃 여민다.
이목정 안내소에서 신분증 확인을 마치면 GPS 궤적이 가능한 ‘위치추적 목걸이’를 준다. 지뢰밭이 있고 야생동물이 다니며 금강산까지는 불과 32㎞, 안전을 위한 조치니 감수해야 한다. 트레킹 코스 들머리 열목어 조형물엔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라고 쓰였다.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백석산 지구 전투’에서 쓰러진 장병들을 추모하는 ‘양구 전투위령비’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의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다.
위령비 맞은 켠 조각공원엔 다양한 작품과 재래식 무기를 전시해 놓았다. 분단지역 철조망으로 노란 꽃을 만들어 호국영령에게 바친 ‘헌화’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지나면 두타연 폭포. 두타정에서 바라보면 계곡과 이어져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열목어는 산란기가 되면 10m 높이의 물줄기를 거슬러 오른다고 한다. 이목정 안내소 안내판에서 사진을 보고와 실감 난다. 열목어는 천연기념물 제74호로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살고 이곳이 국내 최대 서식지다. 눈이 빨개 빨갱이 물고기라고도 한다.
금강산 가는 옛길 두타연 계곡 징검다리를 건넌다. 지금은 사라진 고향 앞 개울의 징검다리가 떠오른다. 추억 한 자락이 짧게 스쳐 간다. 물속에서 하얀 조약돌을 찾아 소년을 향해 던지던 ‘소나기’의 소녀도 떠오른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나면 순수해진다. 징검다리를 스쳐 흐르는 물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산모퉁이를 도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문화해설사는 “이 다리를 건너며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놓으시라.”고 한다. 법어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지뢰체험장. 지뢰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다양한 지뢰 전시와 성능을 표시해 놓았다. 철조망 안 나무들은 잡목투성이다. 지뢰로 간벌을 못하니 나무들이 크지 못한 탓이다.
이곳엔 천년고찰 두타사(頭陀寺)가 있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재되어 창건 시대는 고려 시대로 추정한다. 두(頭) 자가 시문 된 명문(銘文) 기와 조각이 이곳에서 수습되어 두타사 절터임을 입증해 준다. 두타는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것’을 이르는 불교 용어로 산스크리트 ‘두타(dhuta)’의 음역이다. 나무들이 잎을 떨구며 겨우살이를 준비하듯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면 육신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두타연 언저리엔 살얼음이 끼여 명징하다.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두타폭포를 바라보는 정신도 절로 명징해진다. 분단의 비극이 보호한 원시의 자연 앞에 겸허하게 옷깃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