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를 읽다
부표를 읽다
by 김민정 박사 2016.12.05
바다와 첫 상견례 후 거처를 옮겼는지
물결의 갈기 속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등줄기 꼿꼿이 세워 숨비소리 뱉는다
낡고 헌 망사리만큼 한 생도 기우뚱한
햇살 잘게 부서지는 물속을 텃밭 삼아
수평선 그쯤에 걸린 이마를 씻는 나날
손아귀에 움켜쥔 게 목숨 같은 것이어서
노을도 한 번씩은 붉디붉게 울어줄 때
등 푸른 고등어같이 잠녀들이 떠 있다
- 졸시, 「부표를 읽다」 전문
바다와 함께 하는 삶에는, 가까운 바다에서 고깃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있고, 또 원양어선을 타고 먼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은 선원들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철 바닷물에 들어가 전복, 해삼, 멍게, 소라 등을 따는 해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표’는 항만이나 하천 등 선박이 항행하는 위치 수면에 띄워 항로 안내, 암초의 위치 등을 알리는 표지판이기도 하고 해녀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해녀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인적 문화 자원으로 산소호흡장비 없이 바다 밑으로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나잠 어업 종사자이다. 일본 해녀들은 스티로폼 부표를 띄운 뒤 부표와 자신의 몸을 2~3m 길이의 줄로 연결하고 잠수하지만, 제주 해녀는 부표와 몸을 끈으로 고정하지 않고 수심 10~20m 이내에서 자유롭게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녀는 제주도에서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로 산소 탱크 없이 간단한 잠수복과 잠수용 오리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바닷물에 들어가 전복, 조개, 해삼, 멍게, 성게 등을 채취한다.
잠수복을 착용하고 오리발을 사용하는 현대 해녀들의 일회 잠수시간 및 휴식 시간은 5m 잠수 시에는 약 32초 및 46초이며 10m 잠수 시에는 43초 및 85초로서 5m 잠수 시에는 한 시간에 46번 정도, 그리고 10m 잠수 시에는 한 시간에 28번 정도 잠수한다.(위키백과 참조) 그들이 뭍에 나와 쉬는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음식은커녕 8시간 넘게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해녀들의 삶, 꽤 오랫동안 숨을 참았다가 내쉬기를 반복하며 작업해야 한다. 폐활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등급이 정해지고 작업구역도 나뉜다. 작업 구역이 수입에 변수로 작용하며 개인의 업무 능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직업으로는 드물게 성별이 고정돼 있으며, 여자만이 하는 일이다. 삶의 터전이 곧 무덤이 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작업장에서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사는 그들이다. 제주 해녀 중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해녀는 4,000명 중 4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제주 우도의 해녀라고 한다. 해산물 채취 욕심에 참을 수 있는 숨의 한계를 넘어가는 물 숨 등 작업의 위험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바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무덤으로 변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고 그들은 말하기도 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여인들, 오늘도 해녀들은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삶을 영위해 가고 있으리라.
바다에 의지해 사는 해녀들의 모습, 물속을 텃밭 삼고 그들의 삶이 건져 올린 해산물을 낡고 헌 망사리에 담아 또 힘들게 메고 가는 그들의 생. 해녀들에 대한 제주도 방언인 잠녀, 그들은 늘 물에 잠겨 있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으리라. 그들만이 지닌 해녀 문화, 유네스코에 등재가 된다면 좋겠다.
물결의 갈기 속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등줄기 꼿꼿이 세워 숨비소리 뱉는다
낡고 헌 망사리만큼 한 생도 기우뚱한
햇살 잘게 부서지는 물속을 텃밭 삼아
수평선 그쯤에 걸린 이마를 씻는 나날
손아귀에 움켜쥔 게 목숨 같은 것이어서
노을도 한 번씩은 붉디붉게 울어줄 때
등 푸른 고등어같이 잠녀들이 떠 있다
- 졸시, 「부표를 읽다」 전문
바다와 함께 하는 삶에는, 가까운 바다에서 고깃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있고, 또 원양어선을 타고 먼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은 선원들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철 바닷물에 들어가 전복, 해삼, 멍게, 소라 등을 따는 해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표’는 항만이나 하천 등 선박이 항행하는 위치 수면에 띄워 항로 안내, 암초의 위치 등을 알리는 표지판이기도 하고 해녀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해녀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인적 문화 자원으로 산소호흡장비 없이 바다 밑으로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나잠 어업 종사자이다. 일본 해녀들은 스티로폼 부표를 띄운 뒤 부표와 자신의 몸을 2~3m 길이의 줄로 연결하고 잠수하지만, 제주 해녀는 부표와 몸을 끈으로 고정하지 않고 수심 10~20m 이내에서 자유롭게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녀는 제주도에서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로 산소 탱크 없이 간단한 잠수복과 잠수용 오리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바닷물에 들어가 전복, 조개, 해삼, 멍게, 성게 등을 채취한다.
잠수복을 착용하고 오리발을 사용하는 현대 해녀들의 일회 잠수시간 및 휴식 시간은 5m 잠수 시에는 약 32초 및 46초이며 10m 잠수 시에는 43초 및 85초로서 5m 잠수 시에는 한 시간에 46번 정도, 그리고 10m 잠수 시에는 한 시간에 28번 정도 잠수한다.(위키백과 참조) 그들이 뭍에 나와 쉬는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음식은커녕 8시간 넘게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해녀들의 삶, 꽤 오랫동안 숨을 참았다가 내쉬기를 반복하며 작업해야 한다. 폐활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등급이 정해지고 작업구역도 나뉜다. 작업 구역이 수입에 변수로 작용하며 개인의 업무 능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직업으로는 드물게 성별이 고정돼 있으며, 여자만이 하는 일이다. 삶의 터전이 곧 무덤이 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작업장에서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사는 그들이다. 제주 해녀 중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해녀는 4,000명 중 4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제주 우도의 해녀라고 한다. 해산물 채취 욕심에 참을 수 있는 숨의 한계를 넘어가는 물 숨 등 작업의 위험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바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무덤으로 변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고 그들은 말하기도 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여인들, 오늘도 해녀들은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삶을 영위해 가고 있으리라.
바다에 의지해 사는 해녀들의 모습, 물속을 텃밭 삼고 그들의 삶이 건져 올린 해산물을 낡고 헌 망사리에 담아 또 힘들게 메고 가는 그들의 생. 해녀들에 대한 제주도 방언인 잠녀, 그들은 늘 물에 잠겨 있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으리라. 그들만이 지닌 해녀 문화, 유네스코에 등재가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