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여행예절과 선진문화

여행예절과 선진문화

by 강판권 교수 2016.11.28

여행은 삶의 수준을 이해하는 기준이다. 생활 수준이 높을수록 여행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농업사회에서는 생활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절대다수를 차지한 농민의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고작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일할 뿐이었다. 생활의 여유가 있었던 지배층은 농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행의 가능성은 높았지만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한 제약을 안고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철도와 자동차는 여행의 방법과 수준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행예절은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진 지금도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생활 수준에 맞는 문화 수준이 뒤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기차로 여행한다. 그러나 기차여행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그 이유는 기차 안에서 떠드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휴대폰 소음은 즐거워야 할 여행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주범이다. 물론 기차가 출발하면 휴대폰 예절에 대해서 두 차례 정도 “휴대폰은 진동으로 맞추시고, 전화를 받을 때는 바깥 통로에 나가서 통화하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러나 안내 방송에 따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자기 자리에서 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전화로 업무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간혹 그런 사람들에게 자제할 것을 권하거나 승무원에게 자제시킬 것을 요구한다.
예절은 중국 전국시대의 맹자가 말한 ‘사양지심(辭讓之心)’, 즉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다. 양보하는 마음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상황 판단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차 안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상황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과연 그런 사람이 지도자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까. 기차 안에서 전화 예절조차 지킬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자리에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 휴대폰 예절 문제는 기차 안에서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다. 심지어 강연장에서도 일어난다. 아울러 휴대폰 예절문제는 젊은 사람은 물론 나이든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어른의 경우 요즘 젊은 사람의 예절을 문제 삼으면서도 자신의 예절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예절과 관련해서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휴대폰 예절 문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예절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휴대폰 예절에 둔감한 것은 시대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휴대폰 예절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젊은 사람은 휴대폰이든 다른 분야에서도 예절을 잘 지키지 않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의 휴대폰 예절이나 다른 분야의 예절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 휴대폰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비난하기 때문이다. 1984년경에 등장한 휴대폰은 이제 우리 사회에 예절을 요구할 만큼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 예절은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할 새로운 지표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