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저는 흙수저입니다.”

“저는 흙수저입니다.”

by 정운 스님 2016.10.25

주말, TV를 시청하는 중에 우연히 대담 프로그램을 보았다. 중년의 연예인, 셰프,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출연하였다. 그 방송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서도 인간들의 속성이나 사람 간의 문제 등 필자에게 있어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내가 살아가는 길과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어 중생들의 삶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 프로그램 주제는 출연진들이 ‘자신의 태생이 흙수저인지?, 금수저인지를 기탄없이 말하는 내용이었다. 한 연예인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방에서 살았지만, 저의 집은 경제 사정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크게 부족한 줄 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연예인이 되기 위해 서울에 와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금수저인 줄 알았는데, 흙수저인 것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알았습니다.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멋진 홈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제가 성장하면서 맛볼 수 없었던 음식과 과일을 먹었습니다. 그때서야 저의 어린 시절이 흙수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출연진 가운데 의사가 있었는데, 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집이 너무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해 교수님 댁에 갔는데, 사모님이 버너에 직접 고기를 구워주었습니다. 불에 구운 고기를 처음 먹었습니다. 저의 집에서는 식구들이 많아 고기를 국에 넣어 먹었지, 식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을 만큼 경제적으로 풍부하지 못했습니다.”
또 한 연예인은 ‘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소시지 반찬이 없으면, 투정을 부렸고 친구들의 고급 반찬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한 변호사는 용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생활을 하였으니, 자신은 흙수저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요즘 유명한 L 셰프가 ‘자신은 진짜 흙수저였다’고 하면서 다음 말을 하였다.
“집안이 너무 가난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저는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배달하는 중에 비슷한 또래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면 참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음식점에서 일할 때 가장 어린 나이였는데 주인집 아이들이 바나나를 먹으면 부러웠습니다. 한번은 바나나를 훔쳐 먹었다고 주인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도 했습니다. 실은 훔쳐 먹지 않았는데, 종업원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니까 저를 지목했던 겁니다.”
L 셰프는 최연소 주방장으로 활약했고, 대형 음식점에서 유명한 셰프가 되었으며, 지금은 방송출연 등 성공한 인물이다. 나는 이 셰프의 가난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보면서 앞의 출연진들이 발언한 흙수저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물론 ‘가난’이나 ‘행복’은 추상적인 것으로 개인의 주관적 사유를 제3자가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다. 누구나 그 위치에서 그 사람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 이야기 중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L 셰프가 흙수저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자! 그러니 우리 모두 사유해보자.
그리스 속담에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자신의 현 삶에서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못 가진 것만을 신세 한탄하며 슬퍼하는 것은 아닌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