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파격
노벨상의 파격
by 이규섭 시인 2016.10.21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노벨상 115년 역사에 대중음악 가수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문학의 영역을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노벨상의 권위와 문학의 순결성을 해쳤다”는 비난이 엇갈린다.
노벨상의 권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객관성의 결여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수상자는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인류 협력과 국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크게 노력한 공로’라는 게 수상 이유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무슨 노력을 했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당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이었던 예이르 루네스타는 지난해 펴낸 자서전에서 “그 상은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베트남전 휴전 협상 중 하노이에 폭격을 명령했던 키신저에게 평화상을 준 것도 평화상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 레프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조지 오웰, 아서 밀러 등은 문학과 문화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지만 노벨문학상은 그들을 비껴갔다. 노벨문학상이 소설과 시 장르에서 벗어나 희곡 분야로 확장된 것은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사무엘 베케트다. 그해 12월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올린 연극을 보며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이며 그 고도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겨봤다. 당시 주연 배우는 나목 한 그루밖에 없는 썰렁한 무대에서 호흡이 무척 긴 대사를 이어 가는 걸 보면서 암기력에 감탄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는 논픽션만을 쓰며 ‘목소리 소설’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를 탄생시킨 벨라루스 출신의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선정됐다. 문학의 순수성을 벗어난 파격적 선택이란 평가를 받았으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밥 딜런의 사회성 짙은 가사가 문학으로 평가받았다고 놀라울 건 아니다.
스웨덴 한림원도 파격적 선택에 대한 논란을 염두에 둔 듯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과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호머나 사포 등 그리스 시인들의 시는 원래(읽는 것이 아니라) 공연으로 듣는 것이었다.”고 부연 설명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호머와 21세기의 밥 딜런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것도 궁색해 보인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일주일이나 미뤄질 만큼 한림원 내부에서 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노벨상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대중적 관심도 멀어졌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출판계와 서점가는 바쁘게 움직였다. 후보에 오른 작가의 작품을 미리 번역해 놓았다가 발표됨과 동시에 밤샘 작업을 하며 출판했다. 대형 서점은 별도의 판매 코너까지 만들며 호황을 누렸으나 열기가 시들해졌다.
2002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던 고은 시인 집 앞에 문학 담당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보도가 올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벨상의 파격적 선정으로 문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하지만 노벨상의 권위와 관심은 오히려 좁아지면서 노벨상 취지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노벨상의 권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객관성의 결여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수상자는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인류 협력과 국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크게 노력한 공로’라는 게 수상 이유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무슨 노력을 했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당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이었던 예이르 루네스타는 지난해 펴낸 자서전에서 “그 상은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베트남전 휴전 협상 중 하노이에 폭격을 명령했던 키신저에게 평화상을 준 것도 평화상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 레프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조지 오웰, 아서 밀러 등은 문학과 문화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지만 노벨문학상은 그들을 비껴갔다. 노벨문학상이 소설과 시 장르에서 벗어나 희곡 분야로 확장된 것은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사무엘 베케트다. 그해 12월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올린 연극을 보며 내가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이며 그 고도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겨봤다. 당시 주연 배우는 나목 한 그루밖에 없는 썰렁한 무대에서 호흡이 무척 긴 대사를 이어 가는 걸 보면서 암기력에 감탄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는 논픽션만을 쓰며 ‘목소리 소설’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를 탄생시킨 벨라루스 출신의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선정됐다. 문학의 순수성을 벗어난 파격적 선택이란 평가를 받았으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밥 딜런의 사회성 짙은 가사가 문학으로 평가받았다고 놀라울 건 아니다.
스웨덴 한림원도 파격적 선택에 대한 논란을 염두에 둔 듯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과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호머나 사포 등 그리스 시인들의 시는 원래(읽는 것이 아니라) 공연으로 듣는 것이었다.”고 부연 설명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호머와 21세기의 밥 딜런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것도 궁색해 보인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일주일이나 미뤄질 만큼 한림원 내부에서 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노벨상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대중적 관심도 멀어졌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출판계와 서점가는 바쁘게 움직였다. 후보에 오른 작가의 작품을 미리 번역해 놓았다가 발표됨과 동시에 밤샘 작업을 하며 출판했다. 대형 서점은 별도의 판매 코너까지 만들며 호황을 누렸으나 열기가 시들해졌다.
2002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던 고은 시인 집 앞에 문학 담당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보도가 올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벨상의 파격적 선정으로 문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하지만 노벨상의 권위와 관심은 오히려 좁아지면서 노벨상 취지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