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사랑받기 위해, 존중받기 위해 태어난 그대

사랑받기 위해, 존중받기 위해 태어난 그대

by 정운 스님 2016.10.18

불교 교리 가운데 ‘불성(佛性)’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성품, 원리라는 뜻이다. 곧 누구나 부처와 같은 성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석가모니 부처는 신(神)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성인을 뜻하기 때문]. 여기서 ‘누구나’라고 하였는데, 그 누구나는 남녀노소ㆍ국적도 불문한다. 설령 그가 귀하게 태어났든 천하게 태어났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고학력자든 일자무식이든 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불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처님과 같은 성인군자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현대적인 의미로 환원한다면 인권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너무 어렵게 말한 것 같은데, 누구나 참 성품은 갖고 있고 참 성품은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 기어 다니는 작은 미물도 삶의 의미를 부여받고 생명으로 태어났다. 그러니 사람의 정신적 존재감은 어떠하겠는가?!
오스트리아 유대계 빅터 프랭클(Victor Frank, 1905~1997) 박사는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생활한 인물이다. 훗날 그가 감옥에 살면서 관찰한 내용을 심리학으로 정립했는데, “로고데라피”라 불리는 의미요법(Will to Meaning)이다. 인간이 아무리 처참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고결함과 신념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글을 통해 만나 본 프랭클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인간승리를 일으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프랭클 박사가 쓴 아유슈비츠 감옥의 생활을 보면, 인간의 삶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그는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정신이다.’라고 하였다. 먹는 것이나 입는 것, 인격까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곧 주인공은 독일군의 탄압이나 압박, 인격 모독 등 외부적인 고통 속에도 정신세계만큼은 얼마든지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20년 전에 읽은 글인데도 그 감동은 여전히 내 가슴 언저리에 남아 있다. 또한 마하트마 간디도 그런 사상을 드러낸 인물이다. 영국인들에 의해 탄압받고 고문받으면서도 간디는 “당신들이 내 신체에 고문하고, 파괴할 수 있어도 절대 나의 정신을 파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인간만이 지닌 참 성품의 존재는 어디에 있든 아름다운 법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금덩어리가 더러운 오물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어도 금이라는 존재 값어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 현금 오만 원 지폐가 있다. 그 지폐가 구겨져 있거나 물에 빠졌다고 생각해보라. 그 오만 원권이 물에 빠졌든 심하게 구겨져 있든 오만 원이라는 현금가치는 그대로 존재한다.
바로 인간의 존엄적 가치, 참 성품도 이와 같다. 인간이 아무리 처참한 고통 속에서도 최선의 성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설령 어떤 자가 그대를 미워하고 질시하며, 험한 욕을 할지라도 상처받지 말라. 그대만의 고유한 정신세계, 참 본성은 누구도 손상할 수 없다는 점만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