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가을날
by 김민정 박사 2016.09.26
잘 마른빨래들이
우쭐우쭐 춤을 춘다
바지랑대 높이 올려
구름 한 점 걸어놓자
한 무리 고추잠자리떼
제집인 듯 찾아든다
- 졸시, 「가을날」 전문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무덥던 여름 날씨도 추석이 지나자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든다. 오지 않을 것 같은 그 가을이 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지진 피해가 없어 안심하고 살았는데, 요즘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해 새로운 인식도 하게 되었고, 한편으로 불안감도 커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너무 안일하고 태평하게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안전불감증에 걸려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비하여 건물도 튼튼하게 지어야 할 것 같고, 지진 대피요령도 잘 알고 스스로 대처해야 지진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위험이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러나 남의 상황을 보면서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해 보며 살아가야 조금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구 내부에서는 그렇게 지각변동이 생기고,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고,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날씨는 예년의 이맘때와 같이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들녘이 되어가고 있는 가을이다.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가 또다시 생각나는 계절이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전문.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고, 성숙의 계절이다. 봄과 여름의 모든 것들이 가을날의 열매를 위하여 바쁘게 달려왔듯, 어쩌면 살아있는 것들의 정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소슬바람 한 점에도, 가을 햇살 한 올에도 삼라만상의 성숙을 위한 무엇인가가 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계절이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달려왔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맛나게 익어가고, 더 아름답게 성숙할 수 있는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 전문.
가을이면 한 번쯤 음미해 보게 되는 이 시를 다시 한 번 외우며 좀 더 겸허한 모습으로 주변을 사랑하며 진지하게 나의 삶을 걸어가야겠다.
우쭐우쭐 춤을 춘다
바지랑대 높이 올려
구름 한 점 걸어놓자
한 무리 고추잠자리떼
제집인 듯 찾아든다
- 졸시, 「가을날」 전문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무덥던 여름 날씨도 추석이 지나자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든다. 오지 않을 것 같은 그 가을이 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지진 피해가 없어 안심하고 살았는데, 요즘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해 새로운 인식도 하게 되었고, 한편으로 불안감도 커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너무 안일하고 태평하게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안전불감증에 걸려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비하여 건물도 튼튼하게 지어야 할 것 같고, 지진 대피요령도 잘 알고 스스로 대처해야 지진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위험이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러나 남의 상황을 보면서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해 보며 살아가야 조금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구 내부에서는 그렇게 지각변동이 생기고,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고,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날씨는 예년의 이맘때와 같이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들녘이 되어가고 있는 가을이다.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가 또다시 생각나는 계절이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전문.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고, 성숙의 계절이다. 봄과 여름의 모든 것들이 가을날의 열매를 위하여 바쁘게 달려왔듯, 어쩌면 살아있는 것들의 정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소슬바람 한 점에도, 가을 햇살 한 올에도 삼라만상의 성숙을 위한 무엇인가가 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계절이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달려왔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맛나게 익어가고, 더 아름답게 성숙할 수 있는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 전문.
가을이면 한 번쯤 음미해 보게 되는 이 시를 다시 한 번 외우며 좀 더 겸허한 모습으로 주변을 사랑하며 진지하게 나의 삶을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