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만한 사람은 만날 만한 때에
만날 만한 사람은 만날 만한 때에
by 한희철 목사 2016.09.21
오래전의 일입니다. 부탁받은 일이 있어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때였습니다. 원주를 떠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가능하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녀오고는 했습니다. 오가는 길에 책을 볼 수가 있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도 있고, 피곤하면 눈을 붙일 수도 있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교통 편을 이용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새로운 역에 설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그러다가 마침내 기차가 청량리역으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종착역이 다가오자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느라 분주했습니다. 선반에서 짐을 챙겨 들고 벌써 출입구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제법이어서 통로 중앙에는 하나의 줄이 만들어져 있었지요.
그런데 단 한 사람, 어느 순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한 사람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듯이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가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릴 채비를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겠지요, 그 모습이 참 고요해 보였습니다.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두어 칸 앞쪽에 앉은 그분을 처음으로 뵈었을 때 저분이 누구더라, 어디서 보았지, 한참 생각에 잠겨야 했습니다. 분명히 본 얼굴인데도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습니다. 한참의 생각 끝에 마침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책을 통해서 만난 분이었습니다.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귀하게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의 표지는 물론 책 곳곳에 지은이의 흑백사진이 여러 장이 실려 있었습니다. 백발과 주름은 물론 이목구비가 또렷한 노인의 얼굴이었습니다. 앞에 앉은 분 얼굴이 익숙했던 것은 바로 책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전우익 선생님이었습니다.
먼저 기차에서 내린 나는 플랫폼에 서서 기다리다가 기차에서 맨 나중에 내리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누군지를 궁금해하는 선생님께 독자라 말씀을 드렸고, 마침 행선지가 비슷하여 종로서적 뒤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선생님이 한 이야기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고는 언젠가는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노라 말씀을 드렸을 때 선생님이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날 만한 사람을 만날 만한 때에 만나기 마련이지요.”
혹시 젊은 누군가가 넥타이를 매고 그럴 듯이 한 말이라면 이내 잊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꾸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백발의 노인, 허름하지만 더없이 편한 옷차림, 흰 고무신, 그리고 형형한 눈빛, 세월에 잘 익은 이야기라 여겨져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만날 만한 사람은 만날 만한 때에 만나는 법, 세상을 살아가며 좋은 사람을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역에 설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그러다가 마침내 기차가 청량리역으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종착역이 다가오자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미리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느라 분주했습니다. 선반에서 짐을 챙겨 들고 벌써 출입구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제법이어서 통로 중앙에는 하나의 줄이 만들어져 있었지요.
그런데 단 한 사람, 어느 순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한 사람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듯이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가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릴 채비를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겠지요, 그 모습이 참 고요해 보였습니다.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두어 칸 앞쪽에 앉은 그분을 처음으로 뵈었을 때 저분이 누구더라, 어디서 보았지, 한참 생각에 잠겨야 했습니다. 분명히 본 얼굴인데도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습니다. 한참의 생각 끝에 마침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책을 통해서 만난 분이었습니다.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귀하게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의 표지는 물론 책 곳곳에 지은이의 흑백사진이 여러 장이 실려 있었습니다. 백발과 주름은 물론 이목구비가 또렷한 노인의 얼굴이었습니다. 앞에 앉은 분 얼굴이 익숙했던 것은 바로 책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전우익 선생님이었습니다.
먼저 기차에서 내린 나는 플랫폼에 서서 기다리다가 기차에서 맨 나중에 내리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누군지를 궁금해하는 선생님께 독자라 말씀을 드렸고, 마침 행선지가 비슷하여 종로서적 뒤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선생님이 한 이야기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고는 언젠가는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노라 말씀을 드렸을 때 선생님이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날 만한 사람을 만날 만한 때에 만나기 마련이지요.”
혹시 젊은 누군가가 넥타이를 매고 그럴 듯이 한 말이라면 이내 잊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꾸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백발의 노인, 허름하지만 더없이 편한 옷차림, 흰 고무신, 그리고 형형한 눈빛, 세월에 잘 익은 이야기라 여겨져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만날 만한 사람은 만날 만한 때에 만나는 법, 세상을 살아가며 좋은 사람을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