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
몰두
by 김민정 박사 2016.08.13
생각의 입자들이
잠시
충돌한다
발설하지 못한 말과
이미 뱉은 말들 사이
달리다,
주춤거리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 졸시 「몰두」 전문
입추가 지났지만 연일 무더위 속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이렇게 더운 날인데도,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다가 보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무더위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다가 보면 저절로 인내심이 생기는 것인지, 인내심이 생겨 몰두하게 되는 것인지….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또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 때는 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잊어버리고 그 일에 몰두하게 되나 보다. 하나의 시를 쓰는 경우도, 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말이다. 위 시는 시를 쓰면서 시어를 고르는 과정의 몰두를 염두에 두고 쓴 시지만, 언어에 대해, 또 인내심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영화 ‘모정’의 주제곡을 부른 낫 킹 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이다. 그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8세의 낫 콜은 어느 봄날 아버지와 함께 백인들이 사는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젊은 백인 청년이 길을 물었다. 그의 아버지가 길을 가르쳐 주는 순간, 느닷없이 젊은 백인에게 얻어맞아 땅바닥에 쓰러졌다. ‘미스터’라는 존칭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은 흑인들에 대해 그렇게 가혹했다. 코피를 흘리며 낫 콜의 아버지는 정중히 사과했다. “아이 엠 소리, 미스터.”(미안합니다, 나으리.)
그것을 보고 있던 백인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낫 콜은 눈이 뒤집혀 불끈 주먹을 쥐고 백인에게 대들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잽싸게 아들의 팔을 끌며 나직이 그리고 세차게 타일렀다.
“참아 낫, 지금은 안 돼. 아직은 안 된다!” 집에 돌아온 그는 밤새 울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마침내 낫 콜은 백인보다 훨씬 출세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낫 킹 콜이 된 것이다. 그때 낫 콜이 수모를 참지 못하고 백인에게 대들었다면 백인보다 훌륭한 가수가 되었을까?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감정이 상할 때라도 입속에만 삼키고 말을 하지 않는 참을 수 있는 인내를 기르는 것은 삶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더 큰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참지 못해 상대에게 대들거나 싸울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하고 가슴에만 쌓아두고 입 밖으로 발설하지 못한 채 묻어둔다면 속앓이로 병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계속해서 당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억울함을 지적할 때는 조금은 지혜롭게 서로의 감정이 덜 상하도록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말을 할 필요가 있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말을 언제든 상기하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도 좋을 듯하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므로….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말만 써야 좋은 시가 되고, 독자도 지루하지 않게 시를 읽을 것이다.
잠시
충돌한다
발설하지 못한 말과
이미 뱉은 말들 사이
달리다,
주춤거리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 졸시 「몰두」 전문
입추가 지났지만 연일 무더위 속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이렇게 더운 날인데도,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다가 보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무더위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다가 보면 저절로 인내심이 생기는 것인지, 인내심이 생겨 몰두하게 되는 것인지….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또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 때는 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잊어버리고 그 일에 몰두하게 되나 보다. 하나의 시를 쓰는 경우도, 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말이다. 위 시는 시를 쓰면서 시어를 고르는 과정의 몰두를 염두에 두고 쓴 시지만, 언어에 대해, 또 인내심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영화 ‘모정’의 주제곡을 부른 낫 킹 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이다. 그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8세의 낫 콜은 어느 봄날 아버지와 함께 백인들이 사는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젊은 백인 청년이 길을 물었다. 그의 아버지가 길을 가르쳐 주는 순간, 느닷없이 젊은 백인에게 얻어맞아 땅바닥에 쓰러졌다. ‘미스터’라는 존칭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은 흑인들에 대해 그렇게 가혹했다. 코피를 흘리며 낫 콜의 아버지는 정중히 사과했다. “아이 엠 소리, 미스터.”(미안합니다, 나으리.)
그것을 보고 있던 백인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낫 콜은 눈이 뒤집혀 불끈 주먹을 쥐고 백인에게 대들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잽싸게 아들의 팔을 끌며 나직이 그리고 세차게 타일렀다.
“참아 낫, 지금은 안 돼. 아직은 안 된다!” 집에 돌아온 그는 밤새 울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마침내 낫 콜은 백인보다 훨씬 출세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낫 킹 콜이 된 것이다. 그때 낫 콜이 수모를 참지 못하고 백인에게 대들었다면 백인보다 훌륭한 가수가 되었을까?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감정이 상할 때라도 입속에만 삼키고 말을 하지 않는 참을 수 있는 인내를 기르는 것은 삶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더 큰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참지 못해 상대에게 대들거나 싸울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하고 가슴에만 쌓아두고 입 밖으로 발설하지 못한 채 묻어둔다면 속앓이로 병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계속해서 당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억울함을 지적할 때는 조금은 지혜롭게 서로의 감정이 덜 상하도록 상대의 입장도 생각하면서 말을 할 필요가 있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말을 언제든 상기하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도 좋을 듯하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므로….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말만 써야 좋은 시가 되고, 독자도 지루하지 않게 시를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