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자기중심 사고의 함정

자기중심 사고의 함정

by 이규섭 시인 2016.08.12

옛날 한마을에 늘 화목한 가정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이 살았다. 어느 날 이른 아침 ‘불화 가정’ 가장이 화목한 집을 방문했다. 화목의 비결이 무엇인지 한 수 배우고 싶어서다. “당신의 집은 늘 화목한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특별한 비법이 있겠습니까, 마침 식사를 하려던 참인데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앞장서 방으로 들어가려던 화목한 집 가장은 물그릇을 발로 넘어뜨리는 실수를 했다.
그러자 며느리가 “아버님 죄송해요. 문 가까이 물그릇을 놓은 제 잘못입니다” 시어머니가 “아니다. 너는 바쁜데 한가한 내가 빨리 치우지 못해 이렇게 되었구나. 내가 잘못했다.” 아들은 “아닙니다. 젊고 빠른 제가 빨리 치우지 못했으니 제 잘못입니다” 가족 모두가 나서 “내 탓이요”를 주장하니 불화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인간의 속성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내 탓보다 남 탓을 많이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은 긍정의 잣대로 보면 자부심이 강한 것이지만 우쭐대면서 상대방을 깔보고 업신여기는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유행어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내가 차를 천천히 몰면 안전운전이고, 남이 천천히 몰면 소심운전이다.’ ‘내가 침묵하고 있으면 생각이 깊은 것이고, 남이 침묵하고 있으면 생각이 없는 것이다.’ ‘내가 화를 내면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남이 화를 내면 그릇이 작기 때문이다.’ ‘내 흰머리는 지적 연륜의 탓이고, 남의 흰머리는 조기 노화의 탓이다.’ ‘내가 아프면 열심히 일하다가 병이 난 것이고, 남이 병이 나면 꾀병이다.’ ‘내가 하면 비판이고 남이 하면 비난이다’ 내 탓, 네 탓 비유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그만큼 팽배하다는 증거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권력그룹일수록 자기중심적 사고의 늪에 빠져 남을 얕본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7년 노스웨스턴대학교 캘로그경영대학 갤린스키 심리과학 교수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본인의 행동을 결정할 때 권력결핍그룹은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의식한 반면, 권력그룹은 자기 내면의 시각을 우선시하도록 유도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매몰된 사람들의 특징은 권위의식이 강하고 독선적이다. 대화할 때도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상대를 배려할 줄 모른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맞추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게 생각하려는 편향성이 짙다. 공포의 도로폭력인 보복운전도 자기중심 심리에서 나오는 감정폭발이다. 자기보다 더 좋은 승용차가 흐름을 방해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에 저촉되지만 보복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다. ‘초보운전’ 표지를 붙이고 운전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양보하고 배려하면 교통흐름을 잘 탈 수 있다.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다. 자기중심 사고의 함정에서 벗어나 삶의 흐름에 역행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