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城主)와 성주(星州)
성주(城主)와 성주(星州)
by 한희철 목사 2016.08.03
일주일에 한 번씩 만드는 주보가 있습니다. 예배 순서와 몇 가지 이야기가 담기는 소식지로, <드문 손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메마른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내미는 손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표지에는 대개 짤막한 글을 써서 올립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짧은 글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주와 이번 주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성주’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앞의 성주는 ‘城主’였고, 나중의 성주는 ‘星州’입니다.
<새벽예배시간 예배당 앞자리/ 오늘도 권사님은 당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제도 폐지를 줍는 권사님을 보았다/ 폐지가 줄어서인지/ 폐지 값이 줄어서인지/ 권사님의 영역이 넓어진 듯 보였다/ 종일 폐지를 주웠다면/ 나라면 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폐지 줍는 일로 매일을 보낸다면/ 내 기도의 무릎은 벌써 꺾이지 않았을까/ 새벽 예배당 맨 앞자리/ 권사님은 다소곳이 야윈 손을 모았을 뿐이지만/ 당신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권사님은 이미 믿음의 성주(城主)시다> -城主
나이가 많으신 권사님 한 분은 폐지를 주우며 살아갑니다. 땡볕 아래에서 폐지를 줍는 권사님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보았습니다. 폐지보다는 폐지 값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권사님은 매일 아침 새벽기도회에 참석합니다. 예배당 맨 앞자리에 앉아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읍니다. 야윈 몸에 굽은 허리, 그래도 제 눈에 권사님은 믿음의 성 주인이십니다.
<팔만대장경을 품은 가야산(伽倻山)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론 형제봉 염속산 독용산 백마산/ 동남쪽으론 서진산 도고산 영취산 작산/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에워싼 곳/ 새가 둥지 칠 곳 알아보고 깃을 접듯/ 하늘의 별들도 편히 머물만한/ 별들의 고을 성주(星州)는/ 맑게 쏟아지는 별빛을 닮고 담은/ 노란 참외가 익어가는 마을/ 잘 익은 참외 향은 사방으로 퍼져/ 참외 하면 성주, 성주 하면 참외인데/ 별과 참외가 예쁘게 어울리는 마을에/ 웬 느닷없는 사드/ 죽을 死에 Death인지/ 별들의 고을과는 이름도 어울리지 않고/ 잘 익은 참외 발로 짓밟듯 엉뚱하고 생뚱맞은 일/ 말이야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춘다고 하지만/ 더 크고 더 많은 미사일을 부르는 일/ 별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의 마음과/ 별빛 담아 익어가는 밭이랑의 참외를 깨뜨리는 일/ 성주는 예로부터 별들의 마을/ 별들이 쉬고 참외가 익어가는 곳/ 잠든 별을 깨우려 말고/ 익어가는 참외 깨뜨리려 말고/ 고작 하늘의 별들 겨누지 말고> -‘星州’
대지의 성품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 이름, 어찌 이름이 허투루 생겨났겠습니까? 별들의 고을이니 그 땅에 어린 평화의 기운이 얼마나 그윽할까 짐작이 됩니다. 참외가 맛있게 익어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땅에 어찌 험한 무기를 두려는 것인지, 무기로 하늘을 겨누는 인간의 처사가 두렵습니다.
성주(城主)와 성주(星州), 변함없이 매미 울음 터지는 이 계절에 이래저래 마음만 무겁습니다.
<새벽예배시간 예배당 앞자리/ 오늘도 권사님은 당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제도 폐지를 줍는 권사님을 보았다/ 폐지가 줄어서인지/ 폐지 값이 줄어서인지/ 권사님의 영역이 넓어진 듯 보였다/ 종일 폐지를 주웠다면/ 나라면 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폐지 줍는 일로 매일을 보낸다면/ 내 기도의 무릎은 벌써 꺾이지 않았을까/ 새벽 예배당 맨 앞자리/ 권사님은 다소곳이 야윈 손을 모았을 뿐이지만/ 당신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권사님은 이미 믿음의 성주(城主)시다> -城主
나이가 많으신 권사님 한 분은 폐지를 주우며 살아갑니다. 땡볕 아래에서 폐지를 줍는 권사님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보았습니다. 폐지보다는 폐지 값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권사님은 매일 아침 새벽기도회에 참석합니다. 예배당 맨 앞자리에 앉아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읍니다. 야윈 몸에 굽은 허리, 그래도 제 눈에 권사님은 믿음의 성 주인이십니다.
<팔만대장경을 품은 가야산(伽倻山)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론 형제봉 염속산 독용산 백마산/ 동남쪽으론 서진산 도고산 영취산 작산/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에워싼 곳/ 새가 둥지 칠 곳 알아보고 깃을 접듯/ 하늘의 별들도 편히 머물만한/ 별들의 고을 성주(星州)는/ 맑게 쏟아지는 별빛을 닮고 담은/ 노란 참외가 익어가는 마을/ 잘 익은 참외 향은 사방으로 퍼져/ 참외 하면 성주, 성주 하면 참외인데/ 별과 참외가 예쁘게 어울리는 마을에/ 웬 느닷없는 사드/ 죽을 死에 Death인지/ 별들의 고을과는 이름도 어울리지 않고/ 잘 익은 참외 발로 짓밟듯 엉뚱하고 생뚱맞은 일/ 말이야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춘다고 하지만/ 더 크고 더 많은 미사일을 부르는 일/ 별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의 마음과/ 별빛 담아 익어가는 밭이랑의 참외를 깨뜨리는 일/ 성주는 예로부터 별들의 마을/ 별들이 쉬고 참외가 익어가는 곳/ 잠든 별을 깨우려 말고/ 익어가는 참외 깨뜨리려 말고/ 고작 하늘의 별들 겨누지 말고> -‘星州’
대지의 성품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 이름, 어찌 이름이 허투루 생겨났겠습니까? 별들의 고을이니 그 땅에 어린 평화의 기운이 얼마나 그윽할까 짐작이 됩니다. 참외가 맛있게 익어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땅에 어찌 험한 무기를 두려는 것인지, 무기로 하늘을 겨누는 인간의 처사가 두렵습니다.
성주(城主)와 성주(星州), 변함없이 매미 울음 터지는 이 계절에 이래저래 마음만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