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네 탓이오! 내 탓이오!

네 탓이오! 내 탓이오!

by 정운 스님 2016.08.02

세상을 살아가는데, 고통스럽다거나 힘들다고 할 때는 대체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원만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그런데 왜 원만한 관계가 되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자신의 단점은 뒤로 감추고, 상대방의 단점을 더 크게 보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잘 표현해놓은 이야기가 있다. 일본 중세 무주(無住)스님의 <사석집(沙石集)>이라는 책이다. 불교 설화집 같은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어느 산사에 네 명의 수행자들이 함께 모여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들은 모여 앉아 회의를 열었다. ‘사찰의 일이나 모든 잡다한 일을 하지 않고, 7일 동안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수행하자’는 약속을 했다. 일반적으로 스님들이 기간을 정해놓고 묵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근래 명상하는 곳에서도 묵언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한밤중에 등불의 기름이 떨어져 등불이 꺼져버리자 주위가 어두웠다. 그때 등불 옆에 앉아 명상하고 있던 스님이 말했다.
“여보세요. 시자! 여기 등불이 꺼졌으니 기름 좀 가져오세요.”
그러자 옆에 앉아 있는 스님이 말했다.
“어이 자네! 우리 지금 묵언 수행하기로 하지 않았나! 말을 해버렸군.”
그러자 또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이 말했다.
“여보게! 지금 자네도 입을 열고 말을 하지 않는가?!”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가장 연장자 스님이 의기양양한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끝까지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역시 나뿐이군.”
마지막 연장자 스님은 자만에 찬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묵언과 관련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화이다. 어떤 나쁜 일이 터지면,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화살을 돌린다.
스님들이 수행에 간절함과 서로의 약속을 생각했다면, 불이 꺼졌든, 누가 말을 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곧 자기 일에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허물이 크게 보이는 법이다. 자신의 그릇된 점이나 허물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상대방의 단점이나 허물을 크게 부각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고통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법이다.
한편 자신의 행동만 최고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보다 못할 거라고 무시하거나 낮춰 평가한다. 부끄럽게도 필자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십여 년 전에 어느 종교단체에서 스티커를 만들어 널리 유행시킨 말이 있다. 바로 ‘내 탓이오’라는 네 글자이다. 그렇다!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남이 아니라 자기 탓으로 돌리는 연습도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사람 간의 스트레스는 조금이나마 줄어들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