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살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

by 한희철 목사 2016.07.27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어렵기보다는 어지럽다 여겨질 때 말이지요. 나라의 근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로,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자공이라는 제자가 스승 공자께 정치에 대해 묻자 “나라에는 식(食)과 병(兵)과 신(信)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을 합니다. 백성들이 먹고살아야 할 식량과 나라를 지킬 든든한 군사력과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이 나라의 바탕이라는 뜻이겠지요.
스승의 대답을 들은 자공이 다시 물었습니다. 세 가지를 다 갖출 수 없으면 그중에 어느 것을 버려야 하느냐고요. 세 가지 모두 꼭 필요하다 싶은데 그중의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릴 수 있는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제자의 질문에 대해 공자는 ‘병’(兵)이라 대답을 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나라를 지킬 군사력이 약하면 나라를 빼앗기게 되는 법, 그런데도 ‘병’을 꼽고 있으니 뜻밖입니다.
자공이 다시 물었습니다. “둘 중의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면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식(食)과 신(信) 중에서 굳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느냐를 물었으니 나라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던 것이지요.
그때 공자는 ‘식’(食)이라 대답을 함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버려서는 안 될 것이 ‘신’(信)임을 밝힙니다. 설령 군대가 없고 식량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신의를 잃어버리는 것이 나라가 무너지는 것임을 자명하게 일러줍니다.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서로를 향한 신뢰에 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하였던 교육부 고위 관리의 말은 여러 가지로 씁쓸함을 남깁니다. 영화 대사를 옮긴 취중 실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이야기를 보면 오히려 취중 진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위 상위 1%를 차지한다는 이들의 삶과 언행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의 마음에 큰 실망과 아픔과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너무도 쉽게 벌어들여 너무도 허망한 일에 쓰는 것을 보는 것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을 단숨에 부정하며 어리석은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더없이 나쁜 일이다 싶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국민의 99%가 개·돼지 새끼들이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 받아놓고 살아온 사람은 누구인가?” 반문하며 “내가 보기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여러 도시를 둘러본 신영복 선생은 ‘애정을 바칠 수 있는 도시’가 강한 도시임을 일러줍니다. 소득이 조금 낮으면 어떻겠습니까? 일을 조금 더 하면 어떻겠습니까? 다만 좋은 꿈을 다 같이 꾸며, 내 나라를 사랑하여 내가 가진 애정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나라, 정말로 살고 싶은 나라는 그런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