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명예와 돈으로 귀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명예와 돈으로 귀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by 정운 스님 2016.07.26

주말에 TV 연속극을 보니, 이런 대사가 나왔다. 연속극 배경은 한 집에 3대가 사는 대가족이다. 할머니, 어머니, 갓 시집온 새댁이 등장한다. 대가족인지라 가사도우미가 일주일에 며칠 와서 일을 해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새댁은 이전 친정에서 하던 대로 가사도우미를 함부로 대하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없는 사이, 문제가 터졌다. 가사도우미가 새댁에게 ‘집이 넓으니 아래층만 청소기를 밀어 달라.’고 부탁하자, 새댁은 거절하며 당연히 도우미가 해야 한다고 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깔본다며 말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가사도우미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나가 버렸다. 할머니는 새댁(손자며느리)에게 따끔하게 야단을 쳤다.
“사람은 태어날 때 누구나 발가벗고 나오는겨. 실오라기 하나 걸쳐 입지 않아. 그렇게 사람은 다 똑같은 거다. 귀하고, 천하고, 잘나고, 못나고 그런 거 없다. 업신여겨도 될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돈 주고 부리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은 아주 상스러운 것이다. … 이제 갓 시집온 젊은 새댁이 잔소리하면 아무리 가사도우미라도 싫어하는 법이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집안 아주머니 한 분이다’ 생각하고, 어린 사람으로서 말 한마디라도 우대해주어라.”
그러면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입장 바꿔서 생각할 줄을 알아야 한다. 네가 아줌마 입장이라면 어떻겠는가?” 연속극에서 근자의 세태를 제대로 꼬집어 풍자하였다.
마침 연속극에서 저런 대사가 나올 무렵, 뉴스에서는 씁쓸한 소재의 내용이 방송을 탔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생긴 일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삿대질하며 이런 인격 모독을 하였다.
“종놈이 월급 받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 … 나는 주인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종과 주인’이란 말이 나도는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분이나 경제력이 자신보다 아래라고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몇 년 전부터 불거진 갑과 을 문제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글 앞머리에서 언급한 가사도우미를 보자. 그녀는 친정 부모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이요, 남편에게는 귀한 배우자이고, 자식들에게는 소중한 엄마이다. 아파트 관리소장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개인은 자신의 위치에서 소중한 존재요, 소중한 인연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인도는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분 제도가 엄격하다. 부처님께서는 당시에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사람은 출신 성분으로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태생으로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행동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행동에 의해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 명리(名利)로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의해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권세와 돈을 믿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자기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세상은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