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여름을 무탈하게 나려면

여름을 무탈하게 나려면

by 이규섭 시인 2016.07.22

“일은 힘들지 않은 데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정년퇴직 후 친척이 운영하는 공사장에 며칠 나갔다가 그만둔 후배의 변이다. 전기부품 교체공사 현장에 나가 공사 과정을 체크하여 기록하고 사진을 첨부하여 보고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다. 객관적으로 보면 힘든 일은 아니다. “용돈도 벌고 활동할 공간이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어지간하면 참고 버티라”고 했더니 “아닌 것 같다”고 뭉뚱그려 잘라 말한다. 공사판에서 나이 어린 사람들이 업신여기거나 홀대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버티지 못한 게 아닌가,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예전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인내를 덕목으로 여기며 버텼다. 퇴직 이후 늙어가는 처지에 수모와 모욕을 감수하긴 어렵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직장생활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인간관계다. 상사, 동료, 부하 간의 갈등은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안하무인형이나 기회주의형, 아부형 인간을 만나면 부화가 치솟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면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인사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 상대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직장생활 벗어나면 더러운 꼴 안 볼 것 같았는데 사회갈등이 일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금수저 흙수저로 신분이 갈라놓는 것도 서러운데 어느 날 갑자기 개·돼지 취급까지 받게 되니 황당하다. 교육부 고위관료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사회 부조리를 단죄하고 정의를 구현해야 할 고위 검사는 지위와 명예도 모자라 돈 욕심까지 부리다 철창신세로 전락했다. 대기업의 약점을 봐주는 조건으로 친인척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일감까지 몰아주게 했다니 후안무치다.
꼬리를 물고 터지는 사회갈등은 나라의 발목을 잡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신공항갈등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사드 갈등’이 불거져 불똥을 튕긴다. 대통령 부재중 국가비상상태를 책임져야 할 국무총리가 6시간 넘게 시위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 없었다니 참담하다. 휴전 중인 나라에서 ‘안보 갈등’까지 벌어져 사회혼란을 부추긴다.
“늙은이들이 관심 끊어도 세상은 돌아간다”고 어느 지인은 시니컬하게 말하지만 현실에 발 딛고 살면서 사회현상을 도외시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뉴스 리터러시를 강의하면서 뉴스를 외면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적 이슈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공공의 일탈은 더 심화될 것은 뻔하다.
덥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삼복더위다. 여름을 무탈하게 나려면 감정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욱’하는 까칠한 성질을 버리고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우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백 마디 말보다 ‘침묵이 금’이라고 했듯이 말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후련할 것 같지만 후회만 남는다. 마음이 편하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주말엔 가까운 나무그늘을 찾아 청량한 매미 소리라도 들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