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잠이 오지 않으면 자지마라

잠이 오지 않으면 자지마라

by 김재은 행복플랫폼 대표 2016.07.19

여름이 깊어가며 무더위가 한밤중에도 기승을 부린다. 등위로 땀이 흘러내리며 밤새 뒤척이다 보면 여명이 동터오는 경험을 한 두 번은 했으리라.
어두웠던 세상이 윤곽이 드러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매미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순간 여름은 어릴 적 고향이 녹아들어 간 추억의 드라마가 된다.
어라. 그런데 잠을 거의 못 잤네. 오늘 하루도 힘차게 달려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밀려올 무렵 최근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왜 애를 쓰나요? 다른 말로 하면 ‘잠을 꼭 몇 시간 이상 자야 하나요?’ 일 것이다.
무슨 말인가. 당연히 일정 시간 이상 자야지. 그럼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내 생활을 돌아봐도 잠을 덜 잔 날은 몸이 피곤하고 찌뿌듯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경험과 사고방식으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가져온 관념과 사고방식을 다 내려놓고 귀 기울여본다.
지난밤 잠을 덜 잤던 날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실제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것인가. 아니면 잠을 못 잤다는 생각이 내 몸에 영향을 주어 피곤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자가 아니고 후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내가 잠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곳에서 그래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는 것을 맹신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하고, 남편, 아내는 이래야 하고, 부모, 자식은 저래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침범당해서는 안 되는 굳건한 옹벽으로 둘러싸인 요새처럼 말이다. 그 요새를 지키려다 보니 수많은 갈등과 삶의 불편함을 자초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정해놓고 그것을 우선시하다 보니 스스로 삶의 제약 속에 빠진 형국이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좋을 거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하여 ‘자야 하는데 어쩌지?’하며 ‘자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면 그것이 무의식에 신념처럼 짙게 새겨져 아무리 잠을 자려고 애를 써도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해서 ‘잤어야 하는데’, ‘내가 왜 못 잤을까’에 매여 더욱 피곤한 느낌으로 살지는 말자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컨디션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시간에 대한 자기의 믿음이 신체상태를 좌우한다는 것, 위에 언급한 책에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이다.
치유하려고 애쓰는 것은 치유해야 할 좋지 않은 것이 나에게 있다고 무의식에서 강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무의식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인가 의식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제를 없애려고 할수록 문제가 오히려 드러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잠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버렸다.
잠을 충분히 자자.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하여, 잠을 생각만큼 자지 못했다 하여 연연해하지 말자. 잠은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자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거기에 반응하는 내 생각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간밤에 충분히 잠을 잤다는 생각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이 상큼한 느낌은 또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