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불기자심不欺自心

불기자심不欺自心

by 정운 스님 2016.07.12

인도인 타고르(1861~1941)는 아시아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다. 1912년 발표한 <기탄잘리(Gtnjali>의 저자로서,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여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철학자요, 문학인이다. 인도의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고 한다. 타고르에게 여러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한 제자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세상에서 인생의 승리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이때 다른 제자가 또 물었다.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타고르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첫째,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가?’라고 자신의 하루를 되살펴 본다.
둘째, 오늘은 ‘내가 어디에 갔었는가?’라고 자신이 하루 동안 방문해 머물렀던 장소를 생각해본다.
셋째,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가를 생각해본다.
넷째, 오늘은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살펴본다.
다섯째, 오늘은 ‘무엇을 잊어버렸는가?’라고 생각하라.
너희들은 매일 이 다섯 가지를 스스로 질문하여라. 바로 이것이 자기를 이기는 것이다.”
타고르가 말한 다섯 가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자신’이다. 그 자신이란 존재가 무엇이고,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궁구하는 뜻이라고 본다.
그런데 타고르의 마지막 다섯 번째 내용이 마음에 꽂힌다. 그가 무슨 뜻으로 ‘잊어버렸냐?’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필자 생각에 타고르가 ‘자신’이란 존재를 주제로 한 것으로 봐서는 자신이 본래 갖고 있는 ‘참 마음’을 잊고 사는 것에 대해 자각할 것을 말한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정부에서 현대 한국 인물시리즈 종교분야 인물 우표가 나왔다.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계의 성철스님이다. 성철스님 우표에는 스님 사진 옆에 ‘불기자심(不欺自心)’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인데, 스님께서는 생전에 이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킬 만큼 자신을 속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타인을 속이고, 신(神)도 속일 수 있다. 그러기에 뇌가 아닌 마음에서는 ‘진실한 자신과 마주하라’는 뜻이라고 본다.
다시 타고르로 돌아가자! 타고르는 인생의 최고는 바로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염두에 두라고 하였다. 세상이 참 바쁘게 돌아간다. 세상의 바쁜 쳇바퀴에 자신을 방치하지 말자. 앗! 그대는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