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야기
7월 이야기
by 김재은 대표 2016.07.07
7월이다.
어느새 가버린 세월, 반쯤 남기고 베어진 나무처럼 휑하다.
하지만 시간만큼 정직한 게 있으랴. 분명히 일초 일초 흘러간 것일 테니까.
미타사 비탈길 숲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사라졌다던 장마가 찾아왔으니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다.
이 비가 그치면 작렬하는 7월의 태양이 내리쬘 것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니 강렬한 햇빛 덕분에 7월의 나뭇잎이며 숲이 한 해 중 가장 짙은 녹빛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인디언 아파치족은 7월을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늘 삶에 쫓겨 살다 보니 어찌 시간이 가는지, 자연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관심밖에 있다. 핍박 속에서 지금은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지만 인디언들은 주위의 풍경 또는 마음의 변화에 따라 주제를 달아 달력을 만들었다.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미세한 촉수를 가지고 응시하고 그대로 느꼈던 것이다.
7월만 살펴보면 이런 식이다.
사슴이 뿔을 갈고(키오와 족), 들소가 울부짖고(오하마 족), 산딸기가 익어가고(수우 족), 연어가 떼 지어 강으로 올라오는(위쉬람 족) 달이다. 또한 천막 안에 앉아있을 수 없고(유트 족),콩을 먹을 수 있으며(앨콘퀸 족),풀을 베는 달(아베나키 족)이다. 무엇보다 7월을 표현한 정수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다.
덥다고 씩씩대고, 짜증 지수를 높이는 대신에 강한 햇빛이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해 줌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인들 감사하지 않은 게 없을 터이지만. 그들에겐 자연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보물창고 같은 것이다.
문득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이며, 공간은 무엇인지 묻는다.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결국 우리는 시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에겐 사계절이 있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다 보니 그 공간도 예측 불가의 현장이다. 그 속에 희로애락 등 삶의 느낌을 담아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이해인 시인은 이야기한다.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온다고.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면서 설렐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거라고.
광야에 노래의 씨를 뿌린 저항시인 이육사는 암울한 시대에도 향토색이 짙은 서정적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되고,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袍)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우리의 7월은 무엇인가.
빛을 열매에 저장하는 달이 아니어도 좋고,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오지 않아도 좋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임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도 좋다.
그냥 그대로 내가 7월의 공간에 살아있고, 누군가의 숨소리를 느끼고 따뜻한 손길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다. 그런 7월이 온전히 내게 다가왔다.
어느새 가버린 세월, 반쯤 남기고 베어진 나무처럼 휑하다.
하지만 시간만큼 정직한 게 있으랴. 분명히 일초 일초 흘러간 것일 테니까.
미타사 비탈길 숲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사라졌다던 장마가 찾아왔으니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다.
이 비가 그치면 작렬하는 7월의 태양이 내리쬘 것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니 강렬한 햇빛 덕분에 7월의 나뭇잎이며 숲이 한 해 중 가장 짙은 녹빛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인디언 아파치족은 7월을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늘 삶에 쫓겨 살다 보니 어찌 시간이 가는지, 자연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관심밖에 있다. 핍박 속에서 지금은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지만 인디언들은 주위의 풍경 또는 마음의 변화에 따라 주제를 달아 달력을 만들었다.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미세한 촉수를 가지고 응시하고 그대로 느꼈던 것이다.
7월만 살펴보면 이런 식이다.
사슴이 뿔을 갈고(키오와 족), 들소가 울부짖고(오하마 족), 산딸기가 익어가고(수우 족), 연어가 떼 지어 강으로 올라오는(위쉬람 족) 달이다. 또한 천막 안에 앉아있을 수 없고(유트 족),콩을 먹을 수 있으며(앨콘퀸 족),풀을 베는 달(아베나키 족)이다. 무엇보다 7월을 표현한 정수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다.
덥다고 씩씩대고, 짜증 지수를 높이는 대신에 강한 햇빛이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해 줌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인들 감사하지 않은 게 없을 터이지만. 그들에겐 자연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보물창고 같은 것이다.
문득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이며, 공간은 무엇인지 묻는다.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결국 우리는 시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에겐 사계절이 있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다 보니 그 공간도 예측 불가의 현장이다. 그 속에 희로애락 등 삶의 느낌을 담아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이해인 시인은 이야기한다.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온다고.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면서 설렐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거라고.
광야에 노래의 씨를 뿌린 저항시인 이육사는 암울한 시대에도 향토색이 짙은 서정적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되고,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袍)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우리의 7월은 무엇인가.
빛을 열매에 저장하는 달이 아니어도 좋고,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오지 않아도 좋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임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도 좋다.
그냥 그대로 내가 7월의 공간에 살아있고, 누군가의 숨소리를 느끼고 따뜻한 손길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다. 그런 7월이 온전히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