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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교과서

로또 교과서

by 김민정 박사 2016.07.04

천원의 무지개를 나도 한 번 좇아볼까
힘들고 지친 날들 단번에 떨치리라
일주일 기다림 속에 애드벌룬 떠다닌다

요리조리 피해 가는 나만의 행운 숫자
바람 빠진 풍선으로 뚝 떨어진 휴지 조각
꿈은 늘 꿈으로 끝나 어제 같은 오늘이다

발꿈치 번쩍 들고 출근길에 사는 복권
누구라도 대박나라 일조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잊어버린다, 내 직분에 충실한다
- 졸시, 「로또 교과서」 전문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행운을 꿈꾼다. 일 안 하고도 단번에 부자가 되어 편하게 살 수 있는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것이다. 호박이 넝쿨 째 굴러떨어지기를 바라며 돼지꿈, 용꿈을 꾸고 싶어 하기도 하고, 로또복권, 주택복권, 또 다른 여러 가지 복권들을 사기도 한다. 가끔 뉴스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몇십 억 원씩 운 좋게 차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보는 사람 모두 부러움의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경제가 힘들 때일수록 이러한 행운을 바라면서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등이 잘 나오는 장소라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복권을 사는 광경도 눈에 띈다.
그렇다! 나도 사고 싶다. 나도 복권에 당첨되어 매일 아침, 더 자고 싶은 잠을 떨치고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직장을 가고, 똑같은 생활의 패턴 속에서 일상을 마무리하며 살지 말고, 복권이라도 당첨되어 평생을 벌어도 못 벌, 몇십 억 원쯤 얻어 여행도 다니고 내 남은 생도 조금은 편하게 살고 싶기도 하다. 가끔 힘들고 지친 날들을 단번에 떨치고 싶기도 하다. 줄을 서서 로또 복권을 사고, 로또 당첨 발표일까지 기다리는 일주일은 애드벌룬을 띄운 듯 마음이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마치 내가 꼭 1등 당첨이라도 될 듯이 말이다. 그러나 발표일이 되면 그 행운의 숫자는 나와 전생에 원수라도 진 것일까? 왜 그렇게 내가 가진 행운의 숫자를 피해 가는 것인지, 손안에 들고 있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휴지 조각,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 하얀 로또 복권…. 기다렸던 일주일이 허탈한 순간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길이면 또 어김없이 복권을 사러 줄을 서는 사람들…. 다음에는 당첨될지도 몰라. 늘 꿈을 먹고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 서민의 꿈은 서글프지만 또 무지개를 띄워본다. 그리고 내가 보태는 1,000원으로 누군가가 당첨되어 대박을 터트린다면 그것은 또한 나의 덕이 아니겠는가? 그 사람을 위해서 일조하는 마음으로 작은 덕을 쌓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복권을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내 직분에 충실한다. 그것이 바른 태도라 생각하며, 로또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렇게 공짜로 굴러온 복을 끝까지 잘 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가끔 가난한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었다가 다시 가난한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 생각지도 않은 행운 앞에서, 계획 없이 흥청망청 돈을 썼기 때문에 옛날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렇게 단번에 행운이 오는 것을 너무 바라지 말고, 순간순간 성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게도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이 한 번쯤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