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서점
시인의 서점
by 한희철 목사 2016.06.29
오래전 독일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교우 한 분이 뜻밖의 인사를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일 년간 세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캠핑카를 몰고 떠나는 길이었는데,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털어 준비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족이 차를 몰고 떠나는 일 년간의 세계여행, 무사하게 다녀오기를 기도하며 정말 놀랍고도 멋있는 계획을 세웠노라 마음을 다해 격려했습니다. 일 년 동안 가족들은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까, 일 년 뒤 가족들은 얼마나 놀랍게 달라져 있을까,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유대감은 얼마나 빛나는 것일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마음이 뛰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 내외분이 남쪽 끝 도서 지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편 되시는 분은 배를 구매하여 작은 섬들을 찾아다니며 섬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보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외딴 섬에 살다 보면 뭍으로 나갈 수 없는 여건 때문에 그냥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한둘이 아닌데,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드리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로 이미 배를 구매하고 배 운전과 수리 등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침술이며 보일러 수리, 미용 기술 등을 익혔다고 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그분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복된 생각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 서점을 내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은이들이 복작거리는 서울 신촌에 한 시인이 서점을 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를 쓰는 이가 서점을 내는 일도 낯설게 다가오는데, 시인이 내기로 한 서점은 시집만 파는 시집 전문서점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부터 앞섰던 것은 두 가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누가 시를 읽는다고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요즘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인은 시집만 파는 서점도 하나쯤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을 하니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시인답다 싶었고, 서점 운영을 2년쯤으로 내다본다 하는 걸 보면 가진 거 거덜 나면 접을 요량 아닐까 싶은데, 이상한 것은 서점 이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점 이름으로 정한 ‘위트 앤 시니컬’은 잘못 들은 말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위트 있는 시’라는 말을 누군가 ‘위트 앤 시니컬’로 들었던 것이지요.
잘못 들은 말도 버리지 않고 이름으로 삼은 서점으로 드는 햇살은 얼마나 맘이 편할까요. 조심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이 안으로 들어 구석구석 먼지와 거미줄, 시집과 시집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일상과 시 사이를 어슬렁거리다가 그것도 재미없으면 아무 데나 누워 낮잠이나 잘 터이니 말이지요. 저도 슬며시 시집만 파는 서점을 찾아가 햇살처럼 어슬렁거려볼 생각입니다. 물론 마음에 닿는 시집 한두 권은 꼭 손을 들고나올 생각이고요.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 내외분이 남쪽 끝 도서 지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편 되시는 분은 배를 구매하여 작은 섬들을 찾아다니며 섬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돌보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외딴 섬에 살다 보면 뭍으로 나갈 수 없는 여건 때문에 그냥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한둘이 아닌데,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드리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로 이미 배를 구매하고 배 운전과 수리 등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침술이며 보일러 수리, 미용 기술 등을 익혔다고 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그분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복된 생각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 서점을 내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은이들이 복작거리는 서울 신촌에 한 시인이 서점을 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를 쓰는 이가 서점을 내는 일도 낯설게 다가오는데, 시인이 내기로 한 서점은 시집만 파는 시집 전문서점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부터 앞섰던 것은 두 가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누가 시를 읽는다고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요즘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인은 시집만 파는 서점도 하나쯤 있었으면 싶었다고 말을 하니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시인답다 싶었고, 서점 운영을 2년쯤으로 내다본다 하는 걸 보면 가진 거 거덜 나면 접을 요량 아닐까 싶은데, 이상한 것은 서점 이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점 이름으로 정한 ‘위트 앤 시니컬’은 잘못 들은 말이 계기였다고 합니다. ‘위트 있는 시’라는 말을 누군가 ‘위트 앤 시니컬’로 들었던 것이지요.
잘못 들은 말도 버리지 않고 이름으로 삼은 서점으로 드는 햇살은 얼마나 맘이 편할까요. 조심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이 안으로 들어 구석구석 먼지와 거미줄, 시집과 시집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일상과 시 사이를 어슬렁거리다가 그것도 재미없으면 아무 데나 누워 낮잠이나 잘 터이니 말이지요. 저도 슬며시 시집만 파는 서점을 찾아가 햇살처럼 어슬렁거려볼 생각입니다. 물론 마음에 닿는 시집 한두 권은 꼭 손을 들고나올 생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