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무게: 화살나무 위의 장미 한 송이
꽃의 무게: 화살나무 위의 장미 한 송이
by 강판권 박사 2016.06.27
꽃의 무게는 우주만큼 무겁다. 무거움과 가벼움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르다. 꽃 한 송이는 어떤 존재에게 버거운 무게일 수 있지만, 큰 바위는 어떤 존재에게 가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날, 대학원에 강의하러 가다가 화살나무 위의 장미 한 송이를 보았다. 누군가가 장미를 꺾어서 가다가 그곳에 둔 것이었다. 나는 화살나무 앞에 한 참 머물러 바라보다가 결국 장미를 치웠다. 나는 왜 화살나무 위의 장미 한 송이를 치워버렸을까. 나는 장미 한 송이의 무게가 화살나무의 삶에 짐이라 생각했다. 왜 나는 장미 한 송이의 무게가 화살나무의 삶에 짐이라 생각했을까. 내가 화살나무도 아니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은 온전히 나의 마음이다. 나의 마음을 화살나무에 미루어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굳이 장미 한 송이를 치운 것은 죽은 자가 산자를 억누르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한 송이 장미는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화살나무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햇볕을 먹고 자라는 화살나무 위에 한 송이 장미는 엄청난 테러일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가 간혹 개미를 만난다. 뭔가를 물고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척 안쓰럽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개미들이 나의 발에 밟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 개미가 죽었는지조차 모르면서 지나갔을 것이다. 옛날 스님들 중에는 아주 성건 짚신을 신고 다녔다. 혹 자신의 발에 미물들이 밟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생명체 간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생태의식’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행에 처한 존재들이 아주 많다. 한 송이 장미처럼 산 자가 죽은 자 때문에 괴롭게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은 떨어진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보았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은 거의 전부가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을 만큼 아름답다. 이즈음 봄에 핀 꽃에서 맺은 열매가 떨어진다. 나무는 꽃을 피운 후 열매를 만들지만, 모든 열매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서 살아남을 것만 남기고 떨어뜨린다. 때로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열매도 적지 않다. 요즘 내가 사는 곳의 담쟁이덩굴 밑에는 엄청난 양의 열매가 떨어져 장관을 이룬다. 땅에 떨어진 연둣빛의 열매는 좁쌀처럼 작아서 앙증맞다. 요즘 큰 잎 사이로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보면 열매 끝부분에 하얀 꽃이 달려 있다. 꽃이 열매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바람에 떨어진 꽃이나 잎들이 살아 있는 나무와 풀에 앉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경우에는 큰 가지가 앉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지나간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그런 무게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내공을 쌓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것 중에는 아무리 가볍더라도 엄청난 무게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작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이 좋은 생태를 유지하는 방법이자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지혜다.
길을 걷다가 간혹 개미를 만난다. 뭔가를 물고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척 안쓰럽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개미들이 나의 발에 밟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 개미가 죽었는지조차 모르면서 지나갔을 것이다. 옛날 스님들 중에는 아주 성건 짚신을 신고 다녔다. 혹 자신의 발에 미물들이 밟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생명체 간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생태의식’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행에 처한 존재들이 아주 많다. 한 송이 장미처럼 산 자가 죽은 자 때문에 괴롭게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은 떨어진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보았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은 거의 전부가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을 만큼 아름답다. 이즈음 봄에 핀 꽃에서 맺은 열매가 떨어진다. 나무는 꽃을 피운 후 열매를 만들지만, 모든 열매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서 살아남을 것만 남기고 떨어뜨린다. 때로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열매도 적지 않다. 요즘 내가 사는 곳의 담쟁이덩굴 밑에는 엄청난 양의 열매가 떨어져 장관을 이룬다. 땅에 떨어진 연둣빛의 열매는 좁쌀처럼 작아서 앙증맞다. 요즘 큰 잎 사이로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보면 열매 끝부분에 하얀 꽃이 달려 있다. 꽃이 열매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바람에 떨어진 꽃이나 잎들이 살아 있는 나무와 풀에 앉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경우에는 큰 가지가 앉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지나간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그런 무게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내공을 쌓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것 중에는 아무리 가볍더라도 엄청난 무게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작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이 좋은 생태를 유지하는 방법이자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