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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인재 양성이 어려운 이유

창의적 인재 양성이 어려운 이유

by 이규섭 시인 2016.05.20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은 선진국경제협력단체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각종 지표에 여실히 드러난다. 1996년 충분한 사전준비를 못 한 채 ‘세계화 환상’에 빠져 무리하게 가입하여 외환위기 참변을 겪었다. 그동안 OECD가 내놓는 한국 관련 경제·사회적 지표에 좋은 점은 꼴찌고 나쁜 면은 으뜸이다.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합계출산율은 10년 넘게 1.2명을 넘지 못한 채 인구절벽에 갇혔다. 노인빈곤은 최악이고 노인자살률은 가장 높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의식’ 수준은 밑바닥이다. 최근엔 수련원 가는 중학생을 태운 버스와 승용차 등이 고속도로 터널서 연쇄 충돌하는 사고로 사상자가 났다. 안전불감증은 불치병인가 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7340달러로 선진국 문턱에 섰다고 자부하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딱 하나 내 세울만한 게 대학진학률이다. OECD 회원국 34개국과 비회원국 10개국을 통틀어 1위로 교육열은 높다. 하지만 대졸자(전문대 졸, 대학원 석·박사 포함)의 고용률은 최하위권이다. 대학이 취업과 성공을 보장하는 곳이 아닌데도 ‘학벌 지상주의’로 우리나라 대학은 포화상태다. 1995년 대학 설립과 정원이 자율화되면서 당시 131개교였던 일반대학(교육대, 산업대 제외)은 20년이 지난 2015년 189개교로 44% 늘었다. 2023년이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은 56만 명인데 고교 졸업생은 40만 명에 불과해 정원을 채울 수 없다.
부실대학을 정리하고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교육 당국은 내년부터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대학들이 전공별 기득권에 묶여 자체 구조조정이 지연되니까 정부가 ‘예산 당근’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공대를 더 늘리면 문과생들이 옮겨가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공고나 전문대 졸업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듯 바뀐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던 입학사정관제, 교과교실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올해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바뀐 교육정책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차기 정권은 보나마나 또 새로운 교육정책을 쏟아 낼 것이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 하고 혼란스러우니 사교육에 빠져든다. 오죽하면 유력 대선후보 정치인이 “교육부를 아예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을까.
교육열은 높고 두뇌는 우수한데도 창의적 인재 양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고 대학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랩을 만든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미국 매사추세츠공대)가 “한국은 굉장한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받는 일방적인 교육제도가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