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광고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

광고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

by 한희철 목사 2016.05.18

우리의 시야를 뿌옇게 만드는 것은 꼭 황사나 미세먼지만은 아닙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꿈이 사라지고 팍팍하게 이어지는 세상살이가 그렇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들이 그렇습니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 의혹에 관한 소식은 무엇 하나 달가울 것이 없는 뉴스입니다.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아파트를 특별 공급한 이유는 그들이 국가시책에 따라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그만한 배려에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혜택을 받은 공무원들이 자신이 받게 된 분양권을 불법으로 전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지난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 9,900명 가운데 입주한 공무원은 6,198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진 것입니다.
또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가 있습니다. 전관예우 문제입니다. 회사 돈으로 100억 원대의 원정도박을 했다가 덜미를 잡혀 징역을 살고 있는 한 화장품업체의 대표가 있는데, 그의 항소심 변론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보석을 통한 석방을 약속하고 50억 원을 챙기려다 구속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2011년에는 ‘전관예우금지법’이 생겨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1년간은 퇴임 전 근무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했지만, 2014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 1,101명에게 물어본 결과 변호사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5명 중 4명은 전관예우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이런 유의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이지, 나만 바보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흔들리고 마음이 아뜩해지는 것 아닐까요?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던 중 친구와 함께 프로농구 중계를 텔레비전을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친구의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말이지요. 중계의 중간 시간 광고가 방송되고 있을 때 친구가 뜻밖의 말을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배우나 스타들이 광고를 찍는 일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무명 배우나 기억에서 사라진 배우, 아니면 평범한 시민들이 광고에 출연한다는 것이지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스포츠의 화려한 스타로 떠오르면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광고,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광고를 찍어 이 상품에도 그 얼굴 저 상품에도 그 얼굴 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 친구가 들려주는 말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이미 충분한 수입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거지.”
그 당연한 일이 왜 그렇게도 어려운 것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선택할 것이 분명해지는 법, 그런데도 왜 그처럼 당연한 일이 그토록 어렵기만 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