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에게 길을 묻다
붓다에게 길을 묻다
by 이규섭 시인 2016.05.13
조계사 부근에 점심 약속이 있어 갔다가 잠시 들렀더니 화려한 연등이 하늘을 가렸다. 나뭇가지에도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숲을 이뤘다. 석가모니 탄신일을 맞아 무명의 세상을 밝히려는 지혜의 등불이다. 붓다는 네팔 룸비니에서 태어났다.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첫 설법을 했던 사르나트, 열반한 쿠시나가르 등 불교 4대 성지 가운데 태어난 곳만 네팔이다. 룸비니 방문 때 “나는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문해 보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길은 늘 아득하다.
영혼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첫 설법을 했던 사르나트를 둘러 본 뒤 네팔로 향했다. 바라나시에서 국경도시 고라크푸르(380㎞)까지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버스가 털털거려 12시간 넘게 걸렸다. 고라크푸르에서 국경 검문소 소나울리까지는 90㎞ 더 가야 한다. 국경지대는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어수선하다. 가이드가 안전사고를 우려하여 버스에서 내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입국 수속을 하는 동안 후덥지근한 버스 안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소나울리에서 룸비니까지는 약 22㎞. 어둠을 헤치고 룸비니에 도착하니 녹초가 됐다.
다음 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밤새 진주해온 적군 같은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숲을 헤치고 도착한 부처의 탄생지 ‘성원지구(Sacred Garden Zone)’에도 안개가 짙게 깔려다. 붓다의 탄생지는 1896년 독일 고고학자 휘러 박사가 밀림에서 폐허가 된 사원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오랜 기간 정비를 했어도 허허벌판에 허물어진 사원 터는 허허롭고 쓸쓸하다.
카필라 왕국의 마야데비 왕비는 카필라성에서 150리쯤 떨어진 콜리성(지금의 데비다하) 친정에서 몸을 풀려고 길을 떠났다. 친정으로 가는 길목 룸비니에서 마야부인은 산통이 왔다. 가마에서 내려 나뭇가지를 잡고 출산했다.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났다.
그곳에는 마야 부인이 출산 후 목욕을 했다는 연못이 있고, 거대한 보리수나무가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야데비사원 옆에 아소카 왕이 세웠다는 빛바랜 석주가 역사를 증언하며 묵묵히 서있다. 석주에는 ‘아소카 대왕은 이곳을 친히 참배하여 석주를 세웠으며, 룸비니 마을은 일반 세금을 면제해 주고 생산세도 8분의 1만 내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비문이 룸비니를 전설의 땅에서 부처의 탄생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소카는 기원전 3세기 불교를 크게 부흥시킨 인도 첫 통일제국의 건국자다.
마야데미 사원은 마야 부인상을 모시는 사원이다. 원래의 사원은 11세기에 세워졌고 현재의 사원은 1943년에 재건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사원의 흔적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탄생 장면을 묘사한 부조와 갓 태어난 붓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돌이 관람 포인트다. 붓다는 길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다가 길에서 육신의 탈을 벗었다. 중생들이 길 위에서 붓다에게 길을 묻는 이유다.
영혼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첫 설법을 했던 사르나트를 둘러 본 뒤 네팔로 향했다. 바라나시에서 국경도시 고라크푸르(380㎞)까지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버스가 털털거려 12시간 넘게 걸렸다. 고라크푸르에서 국경 검문소 소나울리까지는 90㎞ 더 가야 한다. 국경지대는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어수선하다. 가이드가 안전사고를 우려하여 버스에서 내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입국 수속을 하는 동안 후덥지근한 버스 안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소나울리에서 룸비니까지는 약 22㎞. 어둠을 헤치고 룸비니에 도착하니 녹초가 됐다.
다음 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밤새 진주해온 적군 같은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숲을 헤치고 도착한 부처의 탄생지 ‘성원지구(Sacred Garden Zone)’에도 안개가 짙게 깔려다. 붓다의 탄생지는 1896년 독일 고고학자 휘러 박사가 밀림에서 폐허가 된 사원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오랜 기간 정비를 했어도 허허벌판에 허물어진 사원 터는 허허롭고 쓸쓸하다.
카필라 왕국의 마야데비 왕비는 카필라성에서 150리쯤 떨어진 콜리성(지금의 데비다하) 친정에서 몸을 풀려고 길을 떠났다. 친정으로 가는 길목 룸비니에서 마야부인은 산통이 왔다. 가마에서 내려 나뭇가지를 잡고 출산했다.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났다.
그곳에는 마야 부인이 출산 후 목욕을 했다는 연못이 있고, 거대한 보리수나무가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야데비사원 옆에 아소카 왕이 세웠다는 빛바랜 석주가 역사를 증언하며 묵묵히 서있다. 석주에는 ‘아소카 대왕은 이곳을 친히 참배하여 석주를 세웠으며, 룸비니 마을은 일반 세금을 면제해 주고 생산세도 8분의 1만 내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비문이 룸비니를 전설의 땅에서 부처의 탄생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소카는 기원전 3세기 불교를 크게 부흥시킨 인도 첫 통일제국의 건국자다.
마야데미 사원은 마야 부인상을 모시는 사원이다. 원래의 사원은 11세기에 세워졌고 현재의 사원은 1943년에 재건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사원의 흔적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탄생 장면을 묘사한 부조와 갓 태어난 붓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돌이 관람 포인트다. 붓다는 길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다가 길에서 육신의 탈을 벗었다. 중생들이 길 위에서 붓다에게 길을 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