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를 넣어준 달콤한 선물
봄 편지를 넣어준 달콤한 선물
by 권영상 작가 2016.03.24
건너편 아파트에 누가 이사를 온다.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실어 올린다. 책상이 올라가고, 냉장고가 올라간다. 젊은 시절엔 이사를 자주 했다. 직장과 아이 때문이었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고 보니 우리 부부는 자연히 전근이 많았다. 거기다 아이 맡길 곳까지 고려하려니 더욱 자주 이사를 다녔다. 그러나 이사도 다 한때, 지금은 아예 정착하고 말았다.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으면 좋겠다. 마당 놀이터에서 재재거리며 노는 아이들 목소리가 가끔 듣고 싶다. 여기 사는 이들도 나처럼 정착하고 말았는지 연령대가 높다. 바깥에 나다니는 이들이 별로 없다. 휴일이나 명절도 마찬가지다. 아파트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조용해서 살기는 좋을지 몰라도 생기가 없다.
바깥 볼일을 보고 저녁 무렵에야 집에 돌아왔다. 누가 뒤를 따라 왔는지 이내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나 가스검침원이겠거니 하고 문을 열었다. 아니다. 뜻밖에도 초면의 젊은 엄마다. 4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와 함께 서 있다. 젊은 엄마가 꾸벅 인사를 했다.
“요기 위층에 새로 이사를 왔습니다. 진작에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그러면서 치맛자락을 잡고 선 딸아이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드려.”
그 말에 어린아이가 인사를 하며 손에 든 것을 내게 내밀었다. 이사를 왔다니 시루떡 선물이겠거니 하고 고맙게 받고는 그들을 보냈다. 나는 식탁 위에 시루떡 선물을 놓으며 ‘마침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네’ 했다. 개인전 준비에 바쁜 아내라 아무 대답이 없다.
늦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켤 때다.
“세상에! 이렇게나 귀한 집들이 선물이라니!”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시루떡인 줄 알고 풀었는데 편지가 나왔다며 내게 그 귀한 선물을 내밀었다. 가지런하게 펜으로 쓴 손편지였다.
‘봄 인사를 드립니다. 새로 이사 온 1406호입니다. 공사 시작 전 먼저 찾아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사 온 후에야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소음으로 많이 힘드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고 인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진심 어린 글이다. 한동안 내부공사를 한다고 물품을 실어 나르던 엘리베이터는 늘 14층에 가 있었다. 불편했는데 그 집인 모양이다. 편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산뜻한 봄을 맞고, 힘겹더라도 뜻한 일을 꼭 이루고,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인사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편지였다. 아파트가 15층이니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는 집만도 서른 집이다. 그들에게도 일일이 손편지를 썼을 테니, 아내가 놀랄 만도 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자, 아내가 초콜릿 한 갑을 내놓았다. 어린 아이가 내게 건네준 선물은 팥 시루떡이 아니고 초콜릿 갑이었다. 초콜릿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달콤하다. 내가 바라던 젊은 부부가 다른 곳도 아닌 우리 곁에 와 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또 인사를 드리겠다는 그들 부부를 가끔이라도 볼 수 있겠다. 그들로부터 선물 중에서도 가장 큰 산뜻한 봄 선물을 받았다. 아내가 그들을 위한 답례품을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나만 즐거운 게 아닌가 보다.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으면 좋겠다. 마당 놀이터에서 재재거리며 노는 아이들 목소리가 가끔 듣고 싶다. 여기 사는 이들도 나처럼 정착하고 말았는지 연령대가 높다. 바깥에 나다니는 이들이 별로 없다. 휴일이나 명절도 마찬가지다. 아파트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조용해서 살기는 좋을지 몰라도 생기가 없다.
바깥 볼일을 보고 저녁 무렵에야 집에 돌아왔다. 누가 뒤를 따라 왔는지 이내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나 가스검침원이겠거니 하고 문을 열었다. 아니다. 뜻밖에도 초면의 젊은 엄마다. 4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와 함께 서 있다. 젊은 엄마가 꾸벅 인사를 했다.
“요기 위층에 새로 이사를 왔습니다. 진작에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그러면서 치맛자락을 잡고 선 딸아이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드려.”
그 말에 어린아이가 인사를 하며 손에 든 것을 내게 내밀었다. 이사를 왔다니 시루떡 선물이겠거니 하고 고맙게 받고는 그들을 보냈다. 나는 식탁 위에 시루떡 선물을 놓으며 ‘마침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네’ 했다. 개인전 준비에 바쁜 아내라 아무 대답이 없다.
늦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켤 때다.
“세상에! 이렇게나 귀한 집들이 선물이라니!”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시루떡인 줄 알고 풀었는데 편지가 나왔다며 내게 그 귀한 선물을 내밀었다. 가지런하게 펜으로 쓴 손편지였다.
‘봄 인사를 드립니다. 새로 이사 온 1406호입니다. 공사 시작 전 먼저 찾아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사 온 후에야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소음으로 많이 힘드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고 인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진심 어린 글이다. 한동안 내부공사를 한다고 물품을 실어 나르던 엘리베이터는 늘 14층에 가 있었다. 불편했는데 그 집인 모양이다. 편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산뜻한 봄을 맞고, 힘겹더라도 뜻한 일을 꼭 이루고,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인사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편지였다. 아파트가 15층이니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는 집만도 서른 집이다. 그들에게도 일일이 손편지를 썼을 테니, 아내가 놀랄 만도 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자, 아내가 초콜릿 한 갑을 내놓았다. 어린 아이가 내게 건네준 선물은 팥 시루떡이 아니고 초콜릿 갑이었다. 초콜릿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달콤하다. 내가 바라던 젊은 부부가 다른 곳도 아닌 우리 곁에 와 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또 인사를 드리겠다는 그들 부부를 가끔이라도 볼 수 있겠다. 그들로부터 선물 중에서도 가장 큰 산뜻한 봄 선물을 받았다. 아내가 그들을 위한 답례품을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나만 즐거운 게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