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빈자의 버팀목

빈자의 버팀목

by 정운 스님 2016.03.22

올해 9월에 테레사 수녀(1910~1997년)가 성인(聖人)으로 추대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테레사 수녀는 사후 6년 만인 200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 이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성인으로 인정된 것이다. 교황청은 2002년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기도회에 참석했던 30대 인도여성 암 환자의 종양이 모두 사라진 것을 첫 번째 기적으로 하고, 2008년 다발성 뇌종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브라질 남성이 테레사 수녀에 완쾌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가 이틀 만에 완전히 치유된 일을 두 번째 기적으로 보았다. 글쎄?! 이번에 교황청에서 결정한 것보다 그녀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의 성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평생을 가난한 수도자로 살았으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했기 때문이다. 수녀님은 성인이 되기를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그녀의 참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수녀님은 “우리는 고급스러운 가구로 꾸며진 수녀원에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런 곳에 산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꺼릴 것이고, 자신들의 가난을 수치로 여길 것입니다.”라고 했듯이 청빈한 수도자의 모습이었다. 묘하게도 불교 스님들과 동질감이 있다. 불교에도 이 수녀님처럼 유사한 삶을 살다간 분들이 많이 있다. 한 분을 소개하자면, 중국 당나라 때의 윤주 지암(577~654)스님이다.
지암 스님은 어린 시절, 또래의 아이들과는 남다르게 사색적인 인물이었다. 스님은 20세에 군인이 되어 전쟁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으며 40세에 ‘중랑장’이라는 지위까지 올랐다. 어느 해 그는 전투에 참여했다가 전쟁의 참혹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출가를 결심하였다. 출가할 당시 지암은 40세가 넘은 나이었고, 그는 산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극심한 고행을 하였다. 어느 기록에 의하면, ‘그가 수행하고 있는 곳에는 언제나 호랑이와 늑대가 수호신처럼 따랐다’는 내용이 전한다. 이렇게 지암이 출가해 수행하고 있는 동안 종종 동료들이 깊은 산 속까지 찾아와 이런 말을 하였다.
“미쳤느냐, 자네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산속에서 고행을 한다는 말인가. 그대가 다시 무인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다시 세속에 나아가자.”
수여 차례 찾아오는 벗들이 있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하였다. 만년에 지암은 석두성 나인방(癩人坊)에 머물렀다. 나병 환자들과 생활하며 그들에게 진리를 설해주고, 고름을 빨아주었다. 또 지암은 병자들이 죽으면 시체를 거두어 화장까지 해주고 성대하게 염불까지 해주었다. 이렇게 스님은 그들의 버팀목 역할을 하다 78세에 그곳에서 입적하였다. 입적한 뒤에 스님의 안색은 생전처럼 똑같았고, 육신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평상시와 같았으며, 스님이 머물던 방에는 기이한 향기가 머물렀다고 한다.
불교는 성인 추대식과 같은 인정이 없는 데다 기적 자체를 정법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서 약자와 빈자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대했던 성자들의 진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주를 감동하게 해 ‘기적’이라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