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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재현 온천장 만들었으면

삼국시대 재현 온천장 만들었으면

by 이규섭 시인 2016.02.26

일본 겨울여행의 백미는 온천욕이다. 피부병, 관절염 등의 탁월한 효능을 지닌 천연 온천수가 지역별로 수두룩하다. 당일치기 총알 온천여행을 다녀오는 적극파가 있는가 하면 전통 료칸에서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는 여유파도 있다. 최근 에도시대를 재현해 놓은 온천시설에서 전통문화 분위기를 체험하며 새로운 묘미를 느꼈다.
도쿄 오오에도 온천이 위치한 오다이바는 여의도와 비슷한 인공섬으로 거대한 대관람차가 돌아가는 복합 해양공원이다. 대형 쇼핑몰, 멀티플렉스 시네마, 후지TV 스튜디오 등 첨단건물, 자동차 쇼룸, 카페, 레스토랑이 몰려 있어 젊은이들과 해외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1,400m 지하수에서 솟아오르는 오오에도 천연온천탕의 외관도 에도시대건물 모형이다. 온천탕은 우리네 찜질방 입장 순서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은 프런트에서 손목밴드를 받은 뒤 유카타(목욕 후나 여름에 입는 일본 전통 의상)를 골라 허리끈 ‘오비’와 함께 받는다. 피팅룸으로 가서 손목밴드에 적힌 보관함 번호 함에 옷을 보관하고 유카타로 갈아입는데 속옷은 입는 게 예의다. ‘오비’ 매는 법은 그림으로 붙여 놓아 참조하면 쉽다.
피팅룸을 나와 안으로 들어가면 에도시대를 재현한 거리가 나온다. 축제장 같은 저잣거리로 먹거리 즐길거리가 푸짐한 별천지다. 일본 정통 요리부터 야타이(포장마차)까지 다양하다. 라멘, 초밥, 꼬치구이, 우동은 물론 에도의 정서가 풍기는 개별실에서 가이세키(고급 연회) 요리도 맛볼 수 있다. 한미촌(韓味村) 간판의 한국음식점과 중화요리에 흡연이 가능하다는 식당도 보인다. 중앙 무대에서는 매직쇼 같은 이벤트가 열린다.
가게 주인을 빼고 모두가 유카타 차림이라 동질성을 느낀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본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특이하다. 연인과 함께 같은 색상의 유카타를 입고 온천장에서 데이트하기엔 최적의 공간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로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점술집, 옛날 과자를 파는 가게도 보인다. 알록달록 고무공이나 인형을 건지며 노는 스쿠이베에는 어린 시절 시골 장터에서 ‘물방개 게임’을 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사케 한 잔 가볍게 마셨다. 맥주 컵 보다 작은 도자기 컵 한 잔에 500엔, 생맥주 500CC는 580엔. 계산은 손목밴드로 한 뒤 퇴장할 때 카운터에서 정산하면 되니 편리하다.
유카타를 입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야외 족욕탕.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 야외 족욕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색다르다. 본격적인 온천은 탈의용 보관함에 들러 유카타를 벗고 대욕탕으로 가면 된다. 저온 사우나, 암반소금욕탕 등 이벤트 탕이 여럿 있지만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노천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우리나라 유명온천장도 물놀이와 스파체험 위주에서 삼국시대를 세트장처럼 재현해 놓은 테마온천 하나쯤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국시대 복장을 하고 가족과 연인, 친구와 어울려 향토색 짙은 토속음식을 먹고 전통놀이를 할 수 있게 꾸며 놓으면 지역화합과 관광객유치 등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