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쓸쓸함과 외로움

쓸쓸함과 외로움

by 한희철 목사 2016.02.24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눈에 띄는 제목을 보았습니다. ‘한국사회에 부는 외로움 열풍’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부는 외로움 열풍이라니 무슨 이야기일까 싶어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최근의 우리 사회는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의 변화는 물론 문화의 흐름까지도 ‘혼자’의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형태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30년 사이에 8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1985년 66만 1,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15년 현재 506만 1,000가구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된 20년 후인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2세대가 함께 사는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문화현상도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과 ‘혼술’이 그것입니다. 이와 함께 ‘혼자’를 주제로 한 출판물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열거된 책을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고독이 필요한 시간>, <나와 잘 지내는 연습>,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등입니다.
‘혼자’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다 여겨집니다. 특히 당연하게 여기던 결혼이 늦어지거나 어려워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이 어려워진 것은 취업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고요.
그러면서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 관계의 문제입니다. 물론 혼자 지내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의미 없이 사람들 속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혼자서 차분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 속에 얼마든지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겠지요. 파스칼도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색하거나 불편하거나 싫거나 깨어져서, 혹은 그렇게 될까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혼자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혼자의 삶은 우리 모두를 제각기 외딴 섬처럼 자기 안에 갇힌 삶으로 이끌어갈 테니까요.
신학자 폴 틸리히는 ‘쓸쓸함’(loneliness)과 ‘외로움’(solitude)을 구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쓸쓸함’이 홀로 있음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외로움’(고독)은 홀로 있음의 영광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혼자 있다고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닌 셈입니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것을 얼마든지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있는 것을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의 쓸쓸함에서 벗어나 혼자 있는 것의 영광으로 나아가는 것에 우리 사회의 건강함이 담겨 있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