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콩 사랑: ‘2016년 세계 콩의 해’

콩 사랑: ‘2016년 세계 콩의 해’

by 강판권 교수 2016.02.22

콩과의 콩은 인류의 음식 역사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올해를 ‘세계 콩의 해’로 정했다. 현재 기후 변화와 농지 개발 등으로 식물자원은 날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콩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인류의 식품에서 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콩의 보존은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콩은 황두를 비롯해서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중국 청대 농업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는 농작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콩을 비롯한 농작물의 재배법까지 잘 알고 있다. 나의 이러한 경험은 나무를 인문학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콩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 커피 열풍이 그 증거이다. 커피의 열매가 바로 콩이다. 한국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주변의 커피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도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핸드드립해서 커피를 즐긴다. 흔히 말하는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로 우려낸 것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면서도 커피의 원료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커피의 열매에 관심을 갖더라도 열매를 만드는 커피나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나는 나무에 아주 관심이 높은 탓에 커피의 열매만큼 나무 자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는다. 커피나무는 열대 및 아열대에서 자라는 꼭두서니과의 늘푸른 작은키나무이다. 물론 커피나무 중에서도 큰키나무의 기준인 10m 이상 자라는 것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10m 이하의 나무이다.
커피나무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를 살피는 일이다. 자식은 어떤 경우든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커피나무의 부모 격인 꼭두서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꼭두서니는 ‘붉은색’을 의미하는 ‘꼭두’와 ‘물들이다’를 의미하는 ‘서니’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꼭두서니는 뿌리를 강조한 이름이다. 나무 중에는 벼과의 대나무처럼 풀에서 탄생한 것이 적지 않다. 커피나무는 꼭두서니 중에서도 열매를 닮았다. 커피나무와 아주 닮은 형제 중 꼭두서니과의 치자나무를 꼽을 수 있다. 커피나무의 잎은 치자나무의 잎과 아주 유사하다. 치자나무의 잎은 중국 당나라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차나무 잎과 아주 닮았다. 커피나무의 하얀 꽃은 치자나무의 하얀 꽃과 닮았다.
세계의 명품 커피 중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파나마의 게이샤, 인도네시아의 코피루왁, 하와이의 하와이안코나, 예멘의 모카와타리 등 이른바 세계 5대 커피 생산지는 모두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 지역이다. 커피나무는 차나무처럼 따뜻한 기온과 적당한 습기 등을 골고루 갖추어야 좋은 맛을 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자연생태를 갖추었더라도 사람의 정성이 없으면 좋은 콩을 생산할 수 없다. 이처럼 훌륭한 커피 원료인 콩이 좋은 자연생태와 정성에서 탄생하듯이, 모든 생명체도 자연생태와 삶의 태도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