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식사 같이하며 우정을 쌓는 어르신들 “사랑의 밥상”

식사 같이하며 우정을 쌓는 어르신들 “사랑의 밥상”

by 안양교차로 2019.11.22

한국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쓰는 말 중 하나가 ‘밥 한번 먹자’다. 이는 밥을 함께 먹는 행위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정을 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독거노인이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차원의 결핍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고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 74만 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노인이 전체의 25%(18만 8,000명)를 차지했다. 최근 서울시 복지재단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노인 22만 8,615명 가운데 20.4%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음식 제공’을 꼽았던 것. 이와 동시에 이들이 호소한 것은 정서적 고립(외로움, 불안감, 우울증)이었다.
안양지역 소외된 어르신의 식사 및 정서적 안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단체가 있다.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4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곳 신영성 회장을 만나, 단체 운영 및 상황에 관해 물어보았다.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 신영성 회장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 신영성 회장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의 아침은 분주했다. 15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맛난 밥상을 내놓기 위해서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들이 2015년부터 대가 없이 일한 지 벌써 4년 째에 접어든다. 오랫동안 같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보통 4~5가지의 반찬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이후 청소하고 마무리를 하면 1시 정도가 되어서야 밥상이 마무리된다.
상황은 어렵다. 본래 이곳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의 사랑의 밥상은 지역의 독지가들이 모여서 시작했다. 시작은 15명 정도였고, 지역 유지라 다른 곳과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장점도 있었으며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새마을금고, 라이온스클럽 등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지원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정부 지원 및 근처 남부시장상인회의 협조 등을 받아 밥상 나눔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신영성 회장은 “가난하고 소외된 65세 이상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저소득층 등의 어르신 150명을 모시고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렀다.”라면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회 음식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큰 원동력은 대가 한 번 받지 않고 묵묵하게 봉사해준 자원봉사 식구들”이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력 멤버 이외에도 이곳에 나타나는 일일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한 덕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밥상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전언. 또한 비록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감이 있는 점은 아쉽지만, 이곳을 생각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그간 쌓인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전했다.
그렇다면 밥상을 나누는 일은 어떤 시너지효과로 이어지고 있을까? 신 회장은 먼저 생일잔치를 첫손으로 꼽았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생일잔치를 연다. 어르신들이 150명이다 보니, 매달 10~15명의 생일 맞은 어르신이 있다. 그분들을 축하해 드리기 위해서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밴드로 축하 공연을 한다. 보통 ‘내 나이가 어때서’, ‘청춘을 돌려다오’ 같은 곡을 선호하신다. 이어서 노래자랑도 다섯 분 정도 하는데, 어르신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은 보통 생일잔치를 해 줄만한 가족이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생일을 맞는 슬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 되어 생일축하를 해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서로의 건강 챙겨주기. 매일 같은 시간에 얼굴을 본 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든다. 친분도 쌓이고 말할 사람도 생긴다. 신 회장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어르신들 얼굴을 보면 많이 달라지셨다. 상당히 밝아지고 표정이 다채로워지셨다. 사회적으로 소외가 된다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면도 문제가 생기지만, 대화할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 오시면 같은 연령대의 비슷한 처지인 분들이 많아서 마음 터놓고 얘기하고, 그러다 보니 우정도 쌓고 친해지시고, 그게 이어져서 혹시 안 나오는 분이 있으면 다 같이 문병을 가니,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도 한 회원이 교통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그의 옆 자리에 자주 앉던 다른 어르신. 그는 나오지 않은 회원이 사는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가 교통사고가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후 다른 어르신들 십여 명과 함께 해당 병원으로 향했다고.
권오휘 어르신
권오휘 어르신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은 27년생이신 권오휘 선생님이다. 이분이 나이는 제일 많으신 데도 정정하셔서, 병문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본인이 다른 회원들 건강을 챙겨주시고 있다. 그만큼 이곳에 오시는 어르신들끼리 정이 많이 들고 서로 아끼는 분위기”라면서 신 회장은 미소 지었다.
현재 사랑의 밥상은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1시부터 3시까지 <100세 행복 경로대학>을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래교실, 건강강좌, 문화체험나들이, 영화관람, 복지상담, 일자리, 실버댄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밥을 함께 먹는 사이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며 행복을 가꾸어가고 있는 사랑나눔시민운동본부 사랑의 밥상. 신 회장은 향후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삶에 향긋한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후원안내]
● 후원계좌:농협 351-0810-2336-63(예금주:사랑의 밥상)
● 후원물품(쌀 또는 각종 물품):안양시 동안구 관악대로 349번길(관양동 효내과 지하)
● 후원문의:010-9120-9375 신영성 회장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