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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봉사로 이끈 단 한 번의 경험 [임순심 봉사자]

나의 삶을 봉사로 이끈 단 한 번의 경험 [임순심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10.15

삶에서 방향이 결정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는 미처 눈치 채지 못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두고두고 기억되는 순간이다. 임순심 봉사자에게는 첫 봉사의 기억이 그렇다. 봉사를 마친 뒤, 엉엉 울었던 초보 봉사자는 이제 봉사단을 이끌 만큼 능숙한 봉사단 회장이 되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그 처음, 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임순심 봉사자
임순심 봉사자
목욕봉사를 하며 떠오른 친정엄마에 대한 기억
의왕시에 이사 온 뒤에 지역 내 봉사를 위해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임순심 봉사자는 20여 년 동안 꾸준히 목욕봉사와 배식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목욕봉사는 한 달에 한 번씩, 배식 봉사는 한 달에 네 번씩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봉사 베테랑이 된 그에게도 첫 봉사의 순간이 있었다. 농협주부대학을 통해 처음 목욕봉사를 시작했던 그는 아직도 첫 봉사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설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계시고,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은 목욕을 시켜드리기 위해 옷을 벗겨드리려고 해도 벗지 않으세요. 그래서 원장님께서 도와주시기도 했죠. 저는 친정엄마가 아프셨을 때도 멀리 계셔서 자주 못 갔는데, 처음 목욕봉사하고 나니까 엄마가 생각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게 본인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렇게 뚜렷했던 첫 봉사의 기억은 그의 삶을 봉사로 이끌었다. 꾸준한 봉사를 이어오던 그는 생활개선회 회장을 맡으면서는 생활개선회의 봉사 횟수를 점차 늘려나갔다. 한 달에 한 번이었던 봉사가 점차 많아지며 한 달에 다섯 번으로 늘어났지만, 그에게는 이 횟수마저 아직도 부족하다.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워낙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배려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배식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어진다. 복지관에 오시는 700여명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모두 다듬고, 조리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오시는 점심시간이 되면, 배식과 홀 서빙도 모두 봉사자들이 도맡는다.
“사람들이 설거지는 힘들어서 잘 안하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설거지나 배식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 배식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배식 때, 혹은 식사보조를 받으시면서 해주시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한 마디면 하루 몇 시간동안의 힘듦은 모두 날아가 버린다.
“식사 조금 도와드리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 듣기가 어디 쉬운가요? 그 인사가 힘이 되니 자꾸 와서 이렇게 봉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봉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점차 자라난 것을 느낀다. 이는 꼭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어르신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도 그에게 배려는 습관이 되었다.
“물론 이 마음이 안 드는 순간이 올 때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봉사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제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친절이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혼자여도, 여럿이어도 마음만 있다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봉사단 역시 그가 속한 또 다른 단체다. 헌법기관이기도 한 이 단체는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국민운동을 하며 그 외에도 자발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생활개선회에서 회장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회원은 그에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봉사단을 권했고, 임순심 봉사자는 정식으로 위촉받아 이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햇수로는 3년, 만으로는 2년이 된 그는 이곳에서도 봉사단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두 복지관에 봉사를 다니며 봉사단장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끈기있게 해낸다.
이렇게 다양한 단체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임순심 봉사자지만 봉사를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혼자여도, 여럿이어도 상관없다며 말을 잇는다.
“혼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꼭 단체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마음만 있다면 복지관이나 도서관에 가도 봉사를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가면 그런 시설에서는 얼마나 고마워해주시는지 몰라요. 그러니 용기를 갖고 한번쯤 봉사에 도전해보세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