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어르신들이 앓고 계신 치매와 우울을 발견해 치료를 도와드립니다.” [행복시니어봉사회 임옥자 봉사자]

“어르신들이 앓고 계신 치매와 우울을 발견해 치료를 도와드립니다.” [행복시니어봉사회 임옥자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10.01

어르신들 중 많은 수가 치매 혹은 우울을 앓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행복시니어봉사회에서는 치매와 우울 문진표를 통해 치매와 우울을 조기 발견하고, 보건소나 대학병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임옥자 봉사자를 만나보자.
행복시니어봉사회 임옥자 봉사자
행복시니어봉사회 임옥자 봉사자
딸의 친구를 도우며 시작한 봉사
하얀마음봉사회에서는 관내 자연보호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취약지역에 계신 65세 어르신을 찾아가서 영정사진을 찍고, 액자에 담아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 하얀마음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임옥자 봉사자 또한 이러한 봉사는 물론이고, 군포시 보건요양원에서 어르신 식사 수발과 말벗 봉사를 8년간 해오고 있고, 늘푸른복지관에서도 4년째 배식봉사 중이다. 이렇게 다양한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임옥자 봉사자는 30대 후반에 우연히 첫 봉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딸이 ‘우리 반 친구 중에 한 명은 중학교에 못 간대요’라고 말해요. 그래서 안 그래도 마음이 쓰이고 있던 차에 담임 선생님께서 부탁하시더라고요. 두 명의 학생이 사정이 어려워서 중학교에 못갈 것 같은데, 혹시 등록금을 내주실 수 있냐고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중 한 명은 명절이며, 어버이날이면 찾아와 고마움을 표했다. 여기에 이어 동작구 분과위원장, 서울시분과위원장을 하면서 봉사를 이어왔다. 이후 95년에 군포로 이사 오면서 지인의 소개로 하얀마음봉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2004년 결성된 하얀마음봉사회는 비영리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노인치매와 우울을 조기발견하기 위한 전문가
행복시니어봉사회는 봉사학교를 수료한 이들이 모인 봉사단으로, 주로 어르신들의 우울, 치매 검사를 한다. 임옥자 봉사자는 12년간 치매와 우울 조기 진단을 위해 어르신들과 지내온 만큼 그 노하우가 대단하다.
“돌아다니다가도 정자 같은 데에 어르신들이 계시면, 튀긴 옥수수 한 봉을 가져다드리면서 대화를 나누어요. 그러다가 ‘한번 검사해보실래요?’라고 권하죠. 이때 치매 검사보다는 우울 검사를 먼저 해봐요. 그래서 우울 점수가 높으면 치매 검사도 이어서 하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르신들 치매와 우울에 관한 사례발표를 하기도 했다.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한 분 한 분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가 기억하는 어르신 중에 한 분은 몸 한 쪽이 마비되어 제대로 움직이실 수 없으셨다. 손주 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아들은 알코올중독으로 번 돈을 모두 먹고 마시는 데 쓰고는 생활비로 아주 조금의 금액만 남겼다.
“생활이 말도 아닌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청소하고, 돌봐드리고 했죠. 사실 저희 역할은 우울과 치매만 확인하고, 관련기관에 연결해주는 것까지지만, 이렇게 힘드신 모습을 보니 그냥 나올 수가 있나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셨을 만큼 위험한 상태였기에 그도 한 달에 두 세 번씩 2년 8개월간 찾아뵈었다. 갈 때마다 아이들과 어르신의 간식거리와 반찬거리를 사들고 방문했다. 한편으로는 원광대와 연결해 계속해서 물리치료와 우울증 치료약을 드실 수 있도록 했고, 생활이 나아지실 수 있도록 부업도 알아봐드렸다. 하지만 결국 몇 년 뒤, 어르신은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한 가정을 살리는 봉사
이러한 봉사는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닌 한 가정을 살리기도 한다. 한 번은 아흔이 넘으신 어르신을 찾아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은 아니셨지만, 일흔에 가까운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주고 계셨다. 처음 임옥자 봉사자가 집을 방문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들은 한 번도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런데 임옥자 봉사자가 어버이날 어머님을 찾아뵈었을 때였다. 비가 오고 있어 아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었다. 임옥자 봉사자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우울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다. 결과는 우울증이었다. 바로 보건소와 연결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어르신 댁을 찾았더니 그 아드님이 배꼽인사를 하시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시더라고요. 우울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다면서요.”
임옥자 봉사자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뿐이다. 내 자신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 일도 아니고, 뽐내려고 한 일도 아니지만, 그의 손주들은 모두 할머니를 닮았다. 주말이면 봉사에 나서고, 방학 때는 아프리카로 해외봉사에 나선다. 손주들이 가까이에서 본 그의 삶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깨달음에서였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