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건강한 덕분에 봉사할 수 있으니 더 바랄 게 있나요” [김순례 봉사자]

“건강한 덕분에 봉사할 수 있으니 더 바랄 게 있나요” [김순례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09.24

김순례 봉사자는 봉사현장에서 늘 힘든 일, 궂은 일만 도맡아 처리한다. 게다가 손이 빨라 남들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는 아프지 않고, 건강한 덕분에 이렇게 봉사할 수 있다며 봉사를 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다른 것도 아닌 가장 중요하다는 건강을 놓친 뒤, 찾아온 것은 봉사에 대한 열의였다.
김순례 봉사자
김순례 봉사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더욱 간절해진 봉사
김순례 봉사자는 40대 초반에 심한 관절염을 앓았다. 무릎이며 손목이 너무 아프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죽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였다.
“40대면 한창 일할 수 있을 나이잖아요. 그런데 나 혼자 집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처량하더라고요.”
그래서 몸이 낫자마자 농협주부대학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무엇이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는 친정어머니를 돌보느라 시골로 오며가면서도 봉사를 놓지 않았다. 아름채, 사랑채에서 봉사를 이어갔고, 생활개선 봉사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봉사는 그에게 있어 일상이다. 이제 70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하루를 알차게 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봉사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몸이 성하면 봉사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야지, 앞으로 나이가 들면 더 움직이기 힘들어요. 이렇게 봉사하러 다니면 훨씬 활달해져요. 하루를 이렇게 보내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돈을 버는 일보다 중요한 봉사라는 가치
주변에서는 그렇게 봉사하는 그에게 차라리 돈을 버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묻는다.
“저도 옛날에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또 봉사하러 가면 우리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계시잖아요.”
그가 하는 봉사는 주로 어르신들을 향한다. 농협 주부대학에서 하는 봉사는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것이다. 사랑채, 아름채에서도 어르신들이 드시는 식사를 배식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한다.
가끔은 봉사를 하고 있는데, ‘얼마 받고 일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도 있다. 그는 ‘어머니, 이건 돈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답한다.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어르신들도 안마도 받고, 식사도 하실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이렇게 그동안 그가 해온 것이 돈벌이가 아니라 봉사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어르신들은 ‘몰랐다’, ‘고맙다’, ‘수고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더욱 힘이 난다.
봉사로 자라난 행복과 보람
스스로 급한 성격이라고 말하는 그는 봉사하면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손도, 발도 빠르니 봉사자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먼저 가장 어려운 부분,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을 도맡아 처리하고, 자신의 일을 먼저 끝내고 다른 이들의 일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힘들 일, 굳은 일을 가리지 않고 하지만 그는 봉사가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제가 원래 꾸물거리는 것을 못 보는 성격이에요. 시골에서는 몇 백 포기씩 김장도 담그는 데, 몇 시간 봉사가 어려울까요. 어차피 봉사하러 나왔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 하죠.”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피하는 국 배식은 언제나 그의 몫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건강한 덕에 봉사도 할 수 있다고 생각에 늘 적극적이다.
“제가 몸이 성하니깐 봉사를 하지, 아프면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행사 때 봉사해달라고 하면 나가서 봉사도 하고 오는 거죠. 무슨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작해요.”
이렇게 그가 봉사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바르게 자라났다. 봉사로 키운 가족의 행복이다.
“빈손으로 나와서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잖아요. 아무것도 없이 결혼했는데, 이렇게 지금까지 잘 사는 것만 해도 복이죠. 아이들도 잘 자랐고요. 그거밖에 바랄게 더 있나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