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봉사 시작했죠.” [황순의 봉사자]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봉사 시작했죠.” [황순의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08.20

봉사자들마다 봉사의 이유는 다르지만, 어르신들을 대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자신의 부모님을 돌보듯 하는 마음이다. 봉사자들은 돌아가신 부모님, 혹은 멀리 계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어르신들에게 효도하면서 후회도, 아쉬움도 훨씬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황순의 봉사자 역시 멀리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봉사를 시작해, 벌써 8~9년 동안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
황순의 봉사자
황순의 봉사자
친정어머니에게 하듯 정성을 다하는 봉사
황순의 봉사자가 처음 아름채 노인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멀리 계신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같은 나이대의 어르신들이 계신 아름채를 찾았고, 어르신들 역시 황순의 봉사자를 딸처럼 아껴주었다.
황순의 봉사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름채 노인복지관을 찾는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봉사가 끝난다. 식재료를 다듬는 일부터 시작해 어르신들이 식사를 잘 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까지 식사 전반에 대해서 모든 일을 책임지는 셈이다.
“식사로 고기가 나올 때도 있고, 생선이 나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식사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갈비가 나올 때에는 가위로 고기 뼈를 잘라서 드리고, 생선뼈는 살을 발라 드리죠.”
그 뿐이 아니다. 비빔밥이 나오면 비벼주고, 반찬이 ○○○기 불편하실 것 같으면 가위로 잘라준다. 식판을 가지고 가시면 의자를 빼드리고, 일어나실 때 지팡이를 쥐어드리고, 휴지도 갖다드린다.
이러한 노력에 어르신들이나 장애인은 진심으로 고맙다며 말을 전한다. 한 장애인은 ‘가끔은 인간 취급도 못 받을 때도 있는데, 아줌마는 이렇게 잘해주신다’고 말했다. 그 말에 그는 ‘그렇게 차별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이지,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상이다’라고 답했고, 그 대답에 상대방이 더욱 고마워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해
황순의 봉사자는 복지관에 올 때마다 자주 사탕이나 과자를 챙겨간다.
“사탕 한 봉지를 사면 스무 개, 서른 개 이렇게 담겨 있잖아요. 몇 봉지 사서 오시는 분들에게 하나씩 나눠드려요. 별게 아닌데 어르신들은 그거 하나에 굉장히 고마워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어머님들이 많이 외로우셨구나’싶어요. 사실 사탕 하나 받는 걸로 고마워하시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왔다, 관심을 가져준다는 마음에 고마워하시는 거니까요. 그래서 자주 해드리고 싶은 거예요.”
황순의 봉사자가 가끔 안 오는 날이면 어르신들은 황순의 봉사자부터 찾는다. ‘어제 왜 안 왔냐’며 그에게 묻는 것은 물론, 다른 봉사자들에게도 자꾸 황순의 봉사자가 왜 안 왔는지 묻는다.
그러니 간만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해도 자꾸 복지관으로 마음이 쏠려서 자주 오게 된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좋은 곳도 아니고, 거기는 왜 그렇게 자주 가냐’,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는데, 세 시간씩만 일을 해도 한 달에 60만 원씩 번다. 돈도 못 벌고, 차비 써가며 왜 그렇게 봉사를 많이 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들어도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저도 돈 좋아해요. 그런데 돈 받고 일하면 이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 모두 나이가 들어가고 있잖아요. 언젠가는 저도 받는 위치가 될 텐데 받으려고만 할 수는 없죠. 그 전에 제가 베풀어두어야 나중에 안 미안할 것 같아요.”
봉사자가 부족한 아름채
어르신들은 황순의 봉사자에게 무엇이라도 해주시려는 마음이다. ‘밥 사주겠다’, ‘차 사주겠다’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마음은 고맙지만 먹은 것으로 할게요.’하고 사양한다. 또한 매일 오시는 어르신이 오랫동안 안 보이시면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한다.
“제가 케어해드리고 하니까 한 어르신이 저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드리고 나서 한동안 간혹 전화통화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안 나오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드렸죠. 감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병문안을 갔어요. 정말 좋아하시면서 식사하자고 하시는 걸 괜히 부담 가는 것 같아서 사양하고 왔었어요.”
그는 이렇게 다리가 부러져서, 아들 집에 가있느라 오랫동안 못 나오신 어르신들의 소식을 듣고 나서야 걱정이 조금은 덜하다.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 봉사센터에서도 황순의 봉사자를 경기도 우수봉사자이자 의왕시 봉사왕으로 인정해주었다.
“이왕 봉사하는데 내 몸처럼, 내 부모처럼 봉사하면, 엄마한테 다녀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요. 몸이 힘들기는 해도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직까지는 몸이 힘든 것도 없고요.”
황순의 봉사자는 ‘요즘에는 아름채에 봉사자들이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전한다.
“전에는 봉사자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많지 않아서 아침에 급히 인원이 부족하다는 전화를 많이 받아요. 그나마 저는 오전 일정을 미루고 와서 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손이 부족해요. 봉사를 하면서 정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이 굉장히 커요.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