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다른 이들에게도 커피가 희망이 되도록”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

“다른 이들에게도 커피가 희망이 되도록”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9.07.03

커피를 좋아해서 취미로 커피를 마시다가 카페를 차린 임동구 대표는 성인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터에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직업으로, 그리고 그 직업이 봉사로 이어지는 동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도 좋아하는 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워나갔다.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
우연하게 시작된 바리스타교육 봉사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가 희망터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호계동에 위치한 ‘커피볶는자유’를 찾는 많은 손님 중에 희망터 김남희 전 이사장이 있었다. 김남희 전 이사장은 자주 카페를 찾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단골손님이 되었고, 그러면서 임동구 대표는 희망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우연히도 제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에서 살고 계시더라고요. 또 제가 평소에도 바리스타 교육을 자주 진행하고 있는데, 바리스타 교육을 문의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시작되었죠.”
희망터는 성인장애인의 사회인, 직업인으로서의 자립을 목적으로 부모들이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즉 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으려면 직업 교육이 필수적인데, 그러한 직업교육을 맡아 준 곳이 바로 임동구 대표였다.
“처음에는 희망터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저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교육은 일단은 성인장애인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시작되었고, 이어 장애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교육뿐만 아니라 희망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의 전반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꾸준히 조언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 있다.
부모를 향한 교육이 아이를 위한 교육이 되어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가 희망터 교육을 할 때, 아이들을 향한 것이 아닌 부모를 향한 교육에 중점을 두었던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제가 희망터 말고도 YWCA와 관련되어 장애 아이들을 교육한 적이 있는데, 교육이 정말 쉽지 않아요. 바리스타 교육이 일반인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으니까요. 바리스타 교육은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실습이 필수적인데, 머신을 다뤄야 해서 조심해야 할 점이 많아요. 그래서 외부 강사가 와서 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배우시고,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는 부모 교육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부모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전 과정을 도왔다. 그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장애인 아이의 경우, 처음에는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힘들어하기도 했고, 부모 역시 아이들이 성장해나가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일반인에게 한 달이 걸리는 바리스타 교육이 이 아이들에게는 열 달이 걸렸지만 결국 아이들은 해냈고, 이제 성인장애인 바리스타로서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가 커피를 가르칠 때도 있지만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은 전문가에게도 직접 커피를 배우며 전문가의 기술과 시선을 익히는 시간도 갖는다.
아이들에게 직업을 선물해준 커피라는 자유
카페를 연지 이제 10년,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는 수원에 커피 공방을 만들어 그곳에서도 교육을 계속 해왔다. 자신이 취미로 시작한 커피를 다른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기 때문이다. 교육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커피를 쉽게 생각했던 이들도 커피의 매력과 다양함에 빠져들면서 ‘배우면 배울수록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이들에게 방향을 잡아주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뿌듯함과 보람이 더해졌다.
“장애 아이들을 처음 교육하면서 쉬운 과정이 아닌 만큼 마음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견이 쌓인 사람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굉장히 순수해요. 그래서 그런 순수함을 깨지 않으면서 커피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커피 교육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가 굉장히 큰일이라고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접근이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생각 외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가까이 있습니다. 그 기회를 알게 되었을 때, 마침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큰 결심 없이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행히 커피에 관심 있어 하는 이들이 많아 쉽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임동구 커피볶는자유 대표. 그가 심은 커피콩은 성인아이들의 직업이 되고, 자립이 되어 점점 무성해지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