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편견을 버리면 피가 필요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습니다” [김동중 헌혈의민족 모임장]

“편견을 버리면 피가 필요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습니다” [김동중 헌혈의민족 모임장]

by 안양교차로 2019.03.26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혈용 혈액은 그나마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의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혈장 성분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가 헌혈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김동중 헌혈의민족 모임장
김동중 헌혈의민족 모임장
헌혈과 봉사에서 찾은 보람
김동중 모임장은 ‘젊었을 때는 헌혈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처음 헌혈했던 순간도 똑똑히 기억난다. 민방위훈련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헌혈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자신의 건강도 체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헌혈의 집으로 달려갔다.
“저는 지금까지 서른여덟 번밖에 헌혈을 못했어요. 대리운전 일을 몇 년 하다 보니 저녁에는 잠이 부족하니까 철분이 부족해서 헌혈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간신히 혈장 헌혈이라도 가능할 때는 혈장 헌혈이라도 하죠.”
비록 그가 헌혈을 많이 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봉사활동에 있어서는 오래 전부터 실천을 이어오고 있었다.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이 있는 복지시설에서 2~3년간 꾸준히 봉사를 이어왔다. 그는 복지시설에 간 날이면 목욕봉사는 물론,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손발톱을 깎아드리는 일까지도 이어왔다. 여기에 갈 때마다 현금 기부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봉사활동을 위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할 만큼 봉사 외 시간에도 봉사를 위해 노력했다. 이는 보육원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이후에는 교회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를 2년간 이어왔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이 어려운 분들이 아닌 시설을 운영하는 이들의 이득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봉사 대신 헌혈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아야 사회잖아요. 제가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보람 있는 일이죠.”
헌혈활성화에 나선 ‘헌혈의민족’
수혈 받아야 할 사람은 많은데, 헌혈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요즘, 헌혈을 활성화하자는 의미에서 ‘헌혈의민족’이라는 소모임이 생겨났고, 운영진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그가 모임장이 되었다.
모임이 생겨난 지는 두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매주 모여서 헌혈을 할 수 있는 이들은 헌혈을 하고, 할 수 없는 이들도 함께 모였다. 헌혈 중에서도 전혈을 하면 두 달에 한번밖에 헌혈을 할 수 없지만 혈장이나 혈소판을 하면 2주에 한 번씩 가능하다. 그래서 모임에서는 주로 혈장 헌혈을 하기는 하지만 간혹 헌혈의 집에서 전혈을 권유할 때면 전혈을 하기도 하는 편이다.
“헌혈도 사랑의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렵잖아요. 기본적으로 남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깔려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100번 넘게 헌혈한 젊은 친구들도 만나보고, 처음으로 헌혈을 시작하며 앞으로 자주 해야겠다는 젊은 친구들이 오면 대견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젊은이들 사이에는 건강 문제로 헌혈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어 헌혈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서 약을 끊고, 헌혈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건강해지는 비결, 헌혈
이렇게 모인 헌혈증은 헌혈증이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기부된다. 주변에 지인들 중에서 급히 헌혈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부되기도 하고, 일부는 조금 더 모아서 기부할 곳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헌혈증을 쌓아만 두다가 ‘헌혈의민족’ 모임에 들어와 처음 기부에 나서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헌혈의민족’에서는 헌혈이 끝난 이후에는 다 같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각각의 재능을 나누기 위해 강의를 열기도 한다. 이러한 친목도모 역시 많은 이들이 헌혈하기 위해 모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김동중 모임장은 헌혈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헌혈을 할 때 주사 바늘을 통해서 혹여 병이 옮지는 않을까. 많이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으신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00번 넘게 헌혈을 하신 분들도 건강하시고요. 오히려 새로운 피가 생성되니까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편견을 버리면 피가 반드시 필요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나이가 있는 이들에게도 헌혈을 권한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인지 점점 헌혈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서도 그렇고, 헌혈의 집에서 보면 오히려 젊은 층에서는 헌혈을 많이 하는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헌혈하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요. 헌혈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60대까지 가능하니까 많은 분들이 헌혈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