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미안함에 시작한 봉사, 이제는 생활이 되었죠.” [최수연 방범대장]

“미안함에 시작한 봉사, 이제는 생활이 되었죠.” [최수연 방범대장]

by 안양교차로 2019.02.26

최수연 방범대장은 치매를 앓고 계신 친정엄마 덕분에 여러 번 찾아간 지구대가 인연이 되어 방범대 봉사를 시작했다. 벌써 10년이 지나는 동안 봉사를 해오면서 이제는 미안함이 아닌 뿌듯함을 동력으로 하여 방범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늦은 밤에 활동하는 만큼 주변에서 우려 섞인 만류도 했지만 어느덧 그녀는 방범대장이 되어 우리 동네 지킴이 역할을 든든하게 맡아주고 있다.
최수연 방범대장
최수연 방범대장
동네 지키기에 앞장서다
언뜻 보기에 방범대는 순찰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경찰제복과 비슷한 제복을 입고, 순찰차를 타고 다닌다. 역할도 비슷하다.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율적으로 동네를 지키기 위해 모인 봉사자들이다.
“저도 방범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일이 경찰이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경찰인력이 넉넉하지 않아요. 방범대가 있으면 경찰이 구석구석 순찰하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죠. 또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 뒤에 출동한다면 저희는 예방차원에서 순찰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방범대는 주로 동네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방범대장은 연합대 활동을 위해서 월례회에 참석해 더 넓은 범위의 방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 시 단위로 큰 행사가 있으면 너나할 것 없이 나서서 질서 계도를 돕는다.
“예를 들어서 안양시민축제가 열린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몰려요. 그 가운데에서 질서를 잡아주어야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행사가 진행될 수 있죠. 또 해돋이 행사를 할 때도 산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사람도 사람이지만 차도 엉켜서 못 올라갈 때 교통정리를 해주기도 해요.”
아이들의 방학시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늦은 시간에 순찰에 나서며 봉사를 주도하며 봉사활동을 지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늦은 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 내밀다
이렇게 방범대 활동을 하다보면 밤거리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겨울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서 주무시는 분들은 깨워서 집으로 돌려보내고, 학원차를 잘못 타서 낯선 곳에서 내린 학생들을 데려다주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는데 인적도 드물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려서 많이 놀랐더라고요. 의왕시에 있는 집까지 데려다주는 동안 옆에서 딱 붙어서 있는 모습에 ‘방범봉사 하길 잘했다’ 싶었죠.”
반면 불량청소년들이 모여서 술, 담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잡아내기도 한다. 이때 그녀는 윽박지르거나 혼을 내는 대신 ‘우리 강아지들, 얼른 집에 가자’라며 부드럽고, 강하게 타이른다.
“요즘 아이들은 강압적으로 이야기하면 더 안 들어요. 오히려 달래면서 하니까 말을 잘 듣더라고요. 쓰레기도 주섬주섬 치우고 가려고 하고요.”
안타까운 점은 요즘은 이렇게 방범대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인원이 많으면 더 구석구석 자주 돌아볼 수 있는데, 그렇지는 못한 상황이다.
“저도 계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방범활동을 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매주 그렇게 활동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해보시면 왜 방범활동이 필요한지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요양원에서 재능기부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다
자율방범대 이외에도 그녀가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그녀는 올해로 7년째 요양원에 가서 색소폰 연주를 하거나 장구도 치고, 무용도 한다.
“어르신들은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잖아요. 저분들도 우리 같은 세월이 있었을 겁니다. 참 안타깝죠. 저도 어르신들을 많이 모시고 살았어요. 시댁도 4대가 함께 살았고, 저희 친정 부모님도 모셨으니까요. 부모님이 계실 때에는 부모님께 최선을 다했지만, 이제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주변 어르신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어르신들을 뵈러 가면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오롯이 느껴진다. 치매로 기억을 못하시더라도 누구든 반겨주시고 예뻐해 주신다. 앞으로는 가지고 있는 미용자격증으로 미용 봉사도 하고 싶다는 그녀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계속 어르신들을 돕는 일에 나설 것이다.
내가 사는 이 곳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오늘도 깊은 밤 집을 나서거나 악기를 챙겨 요양원으로 간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