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김의순 평화의집 사무국장]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김의순 평화의집 사무국장]

by 안양교차로 2019.02.19

안양에는 가정폭력이나 가정해체 등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나기 힘든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모인 평화의 집이 있다. 1994년에서 이곳에서 아이들을 간호하기 시작한 김의순 사무국장은 어느새 25년간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제는 간호를 넘어서 아이들을 위한 연간 계획을 짜고,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무국장이 되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마음속으로 기대한 것은 단 하나, 아이들이 잘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의순 평화의집 사무국장
김의순 평화의집 사무국장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평화의집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은 굉장히 다양하다. 일반적인 가정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되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수많은 경험을 쌓아나간다. 우선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자립할 수 있도록 제빵, 미용, 컴퓨터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전문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대학교 입학 준비를 하기도 한다. 이 아이들 모두 경제교육은 필수다.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대비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해 영화 관람, 도서구입, 놀이동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이루어지고, 교통안전교육, 재난대비교육, 약물오남용 교육도 빼놓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챌 수 있도록 사생대회도 매번 진행한다.
아동인권을 위해 아동 자치회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사업 등에 대해 수정해야 할 부분이나 평소 생활에 있어 건의사항을 이야기해서 전달하면, 평화의집에서도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며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동아리활동도 마찬가지다. 일 년에 한번씩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을 조사하고, 이대로 동아리를 꾸린다. 이후 매달 자전거, 댄스, 등산, 영화, 족구 등 충분히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아이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있다.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아이들을 위한 활동은 교육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측면도 고려한다. 어린이날이나 성탄절은 물론이고, 아이들 생일에는 반드시 파티가 열린다.
“선생님들이나 주변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모두 모여서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생일 축하를 통해 아이가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스스로 존중받는 마음을 느끼게 되죠.”
25년간 이렇게 평화의집에서 보내온 시간동안 김의순 사무국장은 한 해도 아쉽지 않은 한 해가 없었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요. 아이들이 졸업할 때쯤 되돌아보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관심이나 사랑을 모두 주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고 아쉽죠. 더 칭찬해주고, 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쉬움보다 고마움이 더 크게 느낀다.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는 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평화의집을 찾아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하곤 한다.
“아이들이 잘 자라준 것,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서 평화의집을 떠올렸을 때, ‘편안하게 내가 누리고 싶은 대로 모두 누렸다’, ‘후회 없이 지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모두 그것을 위해서니까요.”
언젠가는 평화의집을 떠날 아이들을 위하여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이들은 혼자 살아나가기 시작한다. 평화의집에서 자립정착금을 어느 정도 준비해주기도 하고, 국가에서 전세자금대출을 해주며 머무를 공간을 마련해주기는 하지만 살아가기는 쉽지가 않다. 대학을 가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학원비 등에 대한 보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대일로 아이들과 정기후원자 간에 개별 후원 연결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정기적으로 이체를 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실제로 아이들이 자립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반면 부모와 함께 만날 아이들을 위해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의집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살아갈 미래도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님과의 관계가 서먹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가족 간의 유대강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부모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프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함께 지내지 못하지만, 자주 오셔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부모와 함께 하는 문화 나들이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요.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놀러가기도 하고, 가족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평화의집에 머무를 때뿐만 아니라, 평화의집을 떠난 이후에도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마음이 있기에 아이들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