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나 자신만을 위한 취미생활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김옥순 초심봉사회장]

나 자신만을 위한 취미생활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김옥순 초심봉사회장]

by 안양교차로 2019.01.30

취미생활을 바탕으로 한 동호회가 많아지는 요즘, 동호회에서 주도하는 봉사활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 산악동호회는 봉사동호회로 아예 방향을 바꿨다. 이제는 나만이 행복한 취미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취미를 선택한 초심봉사회는 그때의 결정에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김옥순 초심봉사회장
김옥순 초심봉사회장
‘초심’이 ‘이타심’으로 변하다
20년 전 초심산악회로 시작한 초심봉사회은 매달 한 번씩 국내에 유명하다는 산을 찾아 등반하며 친분을 다졌다. 꽤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보니 재미는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 여행비용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매달 버스를 대절하는 비용만 해도 60~70만 원이다보니 적은 금액은 아니었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돈을 알뜰하게 모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의견이 나와서 봉사단체로 바꾸었죠.”
어떻게 보면 ‘초심’은 변한 셈이지만 회원들 모두 등산을 즐기던 때보다 더 행복해졌다. 그 당시의 산악회장이었던 김옥순 봉사자는 ‘회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를 했다면 지금의 초심봉사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전부터 회원들 사이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어요. 그래서 ‘5~6년간 등산을 하면서 우리 자신은 충분히 행복해졌으니 이제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결심했죠.”
정과 마음을 전하다
초심봉사회는 매달 월례회를 열어 봉사활동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스무 명 정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도시락 봉사를 하고 있다.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생계를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 분들을 위해서 반찬을 해드리고, 필요한 물품을 사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죠.”
가장 마음에 걸릴 때는 도시락을 전달하고는 연로한 어르신들을 홀로 두고 발걸음을 떼어야 할 때다.
“반찬을 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르신들과 정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저희가 방문했을 때, 건강이 위급한 상황일 때도 있었고, 양로원에 가셔서 이제는 집에 계시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다시는 뵐 수 없기도 하죠. 어렵게 사시다가 그렇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파요.”
도시락 봉사 외에도 초심봉사회에서는 의왕시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가서 한 달에 한 번씩 어르신들의 생신잔치를 위해 풍선을 달아드리는 일도 5~6년간 꾸준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은 내손동에 있는 빵집에서 기부한 빵을 공부방이나 노인정, 양로원, 장애인작업장, 불우이웃 등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빵 배달봉사는 김옥순 봉사자가 초심봉사회에서 활동하기 전인 20여 년 전부터 해온 일이다.
“아파트 부녀회를 하면서 빵 배달을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하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빵집에서 직접 만들고, 구워주시면 저는 심부름만 하는 것뿐이니까요. 20년 동안 변함없이 빵을 후원해주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죠.”
게다가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서 어르신들이나 불우이웃에 전달하며 따뜻함을 나누는 역할까지 도맡는다.
“케이크를 사가면 어르신들이 ‘자식이 있어도 전화 한 통이 없는데, 너희가 자식보다 낫다’라고 하실 때도 많아요. 그럴 때는 친정어머니, 아버지처럼 정말 좋아해주시죠.”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를 얻다
산악동호회에서 봉사회로 바뀌고 난 뒤, 가장 좋았던 점은 모든 활동이 보람차다는 점이다.
“회비로 월 2만원씩 걷어서 초심봉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도나 시에서 특별히 지원을 받고 있지 않아서 비용이 부족하긴 해요. 그럴 때면 기부 대신 봉사로 마음을 표현해요. 그래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없어요. 회원들도 모두 항상 협조해주니까 고맙고요.”
봉사를 시작하면서 김옥순 봉사자는 ‘세상을 넓게 볼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봉사하기 전에는 제 앞만 보고, 제 가족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넓게, 내 주위에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볼 수 있게 되었죠.”
몸이 힘들어도 뿌듯하고,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 행복해졌다는 김옥순 봉사자. ‘봉사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고, 더 재미있어진다’는 그녀의 말에서 진정 취미로 봉사를 즐기는 모습이 엿보인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