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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바다를 꿈꾸며 [홍수월 바다살리기 군포지부장]

깨끗한 바다를 꿈꾸며 [홍수월 바다살리기 군포지부장]

by 안양교차로 2019.01.22

깨끗한 바다를 위협하는 요소는 한 둘이 아니다. 97년도에 있었던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서 보듯이 유조선 사고 등으로 인해 바다에 기름이 떠다닐 수도 있다. 얼마 전 대란을 일으켰던 플라스틱과 비닐은 바다에서도 골칫거리다. 물고기를 비롯해 해양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해 죽어가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생태계가 교란되어 하나의 생물종을 아예 멸종시키기도 한다. 이제는 지구를 위해서, 인간을 위해서 바다를 살리는 운동이 필요할 때다.
홍수월 바다살리기 군포지부장
홍수월 바다살리기 군포지부장
20년 넘는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느낀 안타까움
홍수월 군포지부장의 첫 봉사는 부녀회였다. 몸이 좋지 않아 등산을 다니던 그녀는 ‘이 정도 체력이면 봉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변의 봉사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96년, 그녀는 40대 후반에 새마을부녀회 총무를 시작해 9년 동안 이 활동을 이어오다가 군포 2동 회장도 6년간 연임했다. 그 뒤에는 적십자 운동, 해외 봉사활동, 어르신 목욕봉사 등 다양한 방면으로 봉사하다가 현재는 바다살리기 봉사활동을 주력적으로 하고 있다.
홍수월 군포지부장은 20년 넘게 다양한 봉사를 해오면서 아직도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작년 가을에 다녀온 4박 5일 해외봉사에서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
“캄보디아에서 밥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5살 정도 되는 애기가 밥을 먹으러 왔어요. 약간 다리를 절고 있어서 특히나 마음이 쓰였죠. 그런데 그 아이가 자기가 먹던 밥이며 반찬을 조금씩 싸서 가지고 가더라고요. 거기에 계신 선생님에게 ‘왜 저 아이는 밥을 다 안 먹고 싸가느냐’고 여쭤봤더니 ‘아픈 엄마를 위해 음식을 싸간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홍수월 군포지부장은 아직도 그 아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눈가를 훔친다. 봉사를 하면서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도 자주 접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봉사도 내가 건강할 때 할 수 있지, 몸이 아프면 못하잖아요. 그러니 제가 건강한 동안은 더 열심히 해나가야죠.”
고된 만큼 뿌듯한 봉사라는 취미
그녀가 15년을 해온 목욕봉사 역시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갔다. 욕조를 차에 싣고, 어르신 댁 거실에 욕조를 내리고, 어르신을 네 명이 들어서 옮기고, 여기에서 목욕을 시킨다는 것은 웬만한 각오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목욕을 한 뒤에는 몸이 미끄러워 네 다섯 명이 어르신의 머리, 다리, 허리를 다 받치고 옮겨드려야 한다.
“이렇게 목욕 봉사를 하면 진짜 몸이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까 싶은 마음에 계속 봉사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고된 봉사 뒤에는 그녀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할머니들은 목욕 후에 ‘요구르트라도 하나 먹어’라며 먹을 것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씻겨줘서 고맙다, 자네들 아니면 누가 와서 이 노인네들 등을 닦아주겠나’하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봉사에요. 우리도 조금만 지나면 나이를 먹잖아요. 그러면 모두 그렇게 거동이 불편해질 테니까요.”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복지관에서 식사 봉사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벌써 환갑을 훌쩍 넘는 그녀에게 ‘나이 먹어서 봉사를 받을 나이에 봉사를 하고 다니냐’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미 봉사가 몸에 배어 있어 힘든 줄도 모른다’며 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깨끗한 바다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
현재 그녀는 전국환경협회 운영위원이자 바다살리기 군포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환경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녀가 바다살리기 단체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부터였다.
“태안에 기름을 닦으러 많이 갔죠.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가상으로 기름유출에 대비해 활동을 하기도 해요. 바다가 오염되지 않도록 생선 기름을 바다에 뿌리고, 이를 닦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기름유출이 아니더라도 바다오염을 일으키는 요소는 많다. 여름 해수욕장을 찾은 인파가 야외에 버려두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도 그녀가 바다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 중 하나다. 몇 톤 트럭에 가득 찰 정도로 쓰레기가 한 곳에서 나올 만큼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해양 오염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줍다보면 제일 힘든 것이 스티로폼이에요. 스티로폼은 쉽게 작은 알갱이로 부서지잖아요. 그런데 그 작은 부스러기는 시간이 지나면 파도에 쓸려 바다로 들어가죠. 그 스티로폼을 먹는 물고기, 그리고 그 물고기를 먹는 많은 해양생물들은 죽게 됩니다. 게다가 그 물고기는 우리의 식탁에도 올라오죠.”
이러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환경교육 봉사활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가 80이 되고, 90이 되더라도 건강한 동안 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