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 나이 70, 건강한 만큼 봉사하고 싶어요.” [방글방글 봉사단 김은자 팀장]

“내 나이 70, 건강한 만큼 봉사하고 싶어요.” [방글방글 봉사단 김은자 팀장]

by 안양교차로 2018.11.27

고우신 모습에 미소 띤 얼굴로 나타난 김은자 봉사자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젊어 보이셨다. 또래는 물론, 웬만한 60대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김은자 봉사자가 생각하는 젊음의 비결은 봉사로 느낀 행복이었다. 65세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으로 일주일 내내 바쁘지만, 힘들지 않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 절로 신바람이 난다.
방글방글 봉사단 김은자 팀장
방글방글 봉사단 김은자 팀장
방글방글 봉사단으로 다문화아이들과 행복을 굽다
김은자 봉사자는 작년에 이어 방글방글팀을 맡았다. 막연히 봉사를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할 수 있겠지 생각했더니 웬걸 오히려 생각보다도 재미있었다. 방글방글팀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빵 굽는 프로그램이다. 고재영빵집에서 빵을 지원하면, 방글방글팀이 빵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쿠키과자에 초콜릿이며 견과류를 올려 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나 컵에 카스텔라를 넣어서 만드는 컵케이크, 미니케이크를 만들었죠. 아무래도 직접 만들고 직접 가져가니까 참 좋아해요.”
직접 빵을 구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니 빵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들은 빵을 만들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사장님께서 ‘선생님께 하나씩 드리자’라고 해도 아이들이 아까워했어요. 그래서 ‘그럴 필요 없다, 가져가서 먹어’라고 했었죠. 그런데 맨 마지막 시간에는 미니케이크를 만들어서 아파트 내에 있는 양로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드렸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에게 드리면서 그렇게 즐거워하더라고요.”
게다가 ‘마지막 빵은 학교에 어려운 아이들이나 너희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라’고 하자 아이들은 더 열심히 빵을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일방적인 수혜자였던 아이들은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방법까지 배우게 되었다.
매일매일 다른 곳에서 봉사를 이어가다
그녀의 일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주일 중 그녀가 가장 많은 봉사를 하는 곳은 시니어클럽이다.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장구를 쳐주며 율동을 한다. 또 다른 요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또 다른 요일에는 또 다른 요양원이나 복지센터를 찾는다.
자신보다 젊은데 요양원이나 복지센터에 와있는 이들을 보며 그녀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가보면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50대인데, 치매가 온 사람들도 많죠. 매주 가서 노래를 하는데,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매일 부르는 노래도 가사를 기억하질 못해요. 게다가 처음에 가서 손 잡아주고 춤 출 때는 그나마 기력이 있었는데, 다음주, 또 다음 주 가면 점점 기력이 약해지는 모습이 눈에 보여요. 그러다 어느 순간 눈에 안 보이시더라고.”
그녀가 ‘여기 있던 할머니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요양원에서는 ‘그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다’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그녀는 더 자주 봉사할 것을 결심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녀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것은 복지관에서 장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녀보다도 나이가 많았던 어르신이 ‘함께 봉사해보자’며 봉사를 권유했고, ‘나이가 65세가 넘으면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흔쾌히 봉사단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다니던 봉사가 어느 순간 일주일이 부족할 만큼 많아졌다. 이제는 자신의 생활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그만큼 행복해졌기에 후회는 없다.
“처음에 요양원이나 복지관에 가면, 다들 기력이 없어보이세요. 기운이 없으니깐 앉아서 잠자코 계시다가 노래도 부르고, 흥도 돋우면서 어느 순간이 되면 어르신들이 노래에 열심히 손뼉을 쳐주죠. 그러면 ‘어르신들이 조금 기운이 나나보다’ 싶죠. 특히 웬만한 옛날 노래는 다 아시니까요.”
‘어디가면 나도 어르신 대접을 받을 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같은 나이대, 혹은 더 어린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뿌듯한 일이다.
“솔직한 말로 어르신들이 젊은이들 말을 잘 안 들어요. 자기가 살아온 고집이 있어서. 그런데 제 말은 듣죠. 저야 움직일 수 있고, 아직은 건강하니깐 가수는 아니어도 장구도 치고, 춤도 추고, 민요도 불러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같이 하고 싶어요. 같이 놀아주고 싶어요. 내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계속해서 봉사하려고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