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패딩 수선의 달인에게 배운다 [지큐리폼패션학원]

패딩 수선의 달인에게 배운다 [지큐리폼패션학원]

by 안양교차로 2016.04.29

큰 맘 먹고 장만했던 패딩 점퍼가 망가지면 속은 쓰리지만 폐기처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감쪽같이 고치는 것은 물론 수선 비법을 교육하는 사람이 있다. 군포시 당정역 1번 출구 근처의 ‘지큐수선리폼’과 같은건물 2층의 ‘지큐리폼패션학원’을 운영하는 박재길 대표다.
* 주 소 : 군포시 당정동 1011-3 대우프라자 103호

* 문 의 : 031-397-6878

지상파 3사에 이미 나왔다. SBS 생활의 달인, MBC 뉴스투데이는 물론 KBS 생생정보통까지. 방송에서 하나같이 ‘패딩 수선의 달인’으로 찬사를 받았던 지큐수선리폼의 박재길 대표를 만났다. 그는 구멍 나거나 찢어진 의류를 원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새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지큐수선리폼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의뢰자들의 사용 후기가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 ‘새로 산 옷과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내용의 찬사다. “팔소매에 촛불이 닿아 구멍이 났었는데 수선 후에는 어디에 그 구멍이 있었는지 못 찾겠다. 감쪽같은 수선이다.”라는 사연, “다른 곳과 달리 비용도 저렴했고. 충전재가 없다고 다른 수선소에서 거절당했던 옷인데 두말없이 충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사연 등. 경력이 무려 40년이 넘는다는 ‘수선의 달인’ 박 대표는 이처럼 검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지큐리폼패션학원을 5월에 오픈한다.
“현재 스크린 설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모든 교육과정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수강생의 작업 편의를 돕기 위해서이죠.”
구체적으로 지큐리폼패션학원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는 지 살펴보자. 수강은 취미반과 창업반으로 나누어진다. 취미반은 30만 원 선, 창업반은 3개월에 1백9십만 원 선이다. 수선과 리폼, 옷 만들기 등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며, 교육내용은 대형 스크린에 띄운다. 수강생이 자로 재거나 미싱으로 박는 등의 작업내용을 명확하게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달인으로 이름난 박 대표가 전 과정을 직접 교육한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창업반 수강생에게는 수강 및 창업 후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그는 무엇보다 창업반에 힘을 실을 예정임을 강조했다.
“저의 목적은 후배양성입니다. 양복기술의 맥이 끊긴 지가 오래된 점이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수선은 지속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배워 두면 평생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의류 수선실은 다른 사업에 비해 많은 자본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는 다른 수선실에서 ‘수선할 수 없다’며 거절당한 의류가 이곳으로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밍크, 가죽, 무스탕, 아웃도어, 오리털 패딩, 파카 등은 물론, 최근 들어 아웃도어 의류의 수선 수요 급증이 눈에 띈다고. 특히 추석 이후부터 3월까지는 오리털 패딩과 파카의 수선 의뢰로 무척 바빠진다. ‘충전재가 없다’, ‘부속 재료가 없다’고 거절당한 전국의 겨울 의류들이 인터넷과 택배를 통해 이곳에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일반 의뢰 이외에도 푸마(PUMA),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앤클라인(AK) 등 기업 단위 대규모 의뢰도 처리해야 하기에, 박 대표 이외에도 다섯 사람의 기술자가 달라붙어 일을 처리하지만 그래도 버거울 정도다.
“다른 수선실에서 아웃도어 의류 수선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패딩이나 파카의 수선은 지식이고 요령이고 순서입니다. 저희에게 배워 가시면 이를 충분히 응용할 수 있습니다.”
경쟁과 첨예한 대립이 예사인 시대에 왜 자신만의 기술을 공개하고 이를 공유하려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는 먼저 다른 수선실에서도 아웃도어나 겨울의류 중심으로 변하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운을 떼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그의 교육 의지에는 파란만장한 인생역정도 한 몫하고 있었다.
“처음 지큐수선리폼의 문을 열 때는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전에 운영하던 공장이 50억 부도를 맞고, 이후 군포로 이사 와서 살길을 모색하던 때였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가죽공장에서 일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했던 게 의류 수선업이었으니, 다시 처음부터 심기일전하여 의류 수선업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가 없는 게 문제였죠.”
9년 전 여름, 인맥도 없고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푸마의 담당자를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 무명 업체를 담당자가 반길 리 만무했지만, 박 대표는 ‘약간만이라도 좋으니 일단 일감을 넘겨 달라’며 설득했다. 한 달에 30만 원 상당의 수선 의뢰를 받으며 신뢰를 쌓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기회가 생겼다. 당시 푸마에서 선보였던 경량패딩이 주목을 받던 시기였는데, 푸마 측에서는 이를 A/S 할 기술자를 찾기 시작했다.
“안감을 뜯지 않고 수선을 해야 하니 대부분의 업자들이 ‘어렵다,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저었죠.”
반신반의하며 지큐수선리폼에 A/S를 맡긴 담당자를 놀라게 한 건 박 대표만의 노하우를 발휘한 감쪽같은 수선. 이를 계기로 대규모 수선을 의뢰받게 된다. 한 달 매출만 천만 원이 넘었다고. 보증금 삼백만 원의 지하 셋방에 살던 설움이 단번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고비를 겪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창업반에 알려줄 내용도 많다.
지큐수선리폼의 2층에 위치한 작업실에는 그가 발명한 패딩 솜 충전기계가 있다. 공기청소기를 응용하여 만든 기계로, 패딩을 수선할 때 무척 도움이 된다고. 최근에는 동파 방지를 위한 도구도 구상 중이다. 의류 수선 및 제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으며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박 대표. 그가 시작할 의류수선전문학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