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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양시장 상인회] 정 깊은 전통시장 관양시장을 찾아서

[관양시장 상인회] 정 깊은 전통시장 관양시장을 찾아서

by 안양교차로 2014.09.02

관양시장의 이름은 관악산에서 유래했다. 관악산 양지바른 곳에 있다고 해서 관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을 관통하는 지역에 자리 잡아 관양시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저렴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전통시장이다. 1970년대 후반 대한전선이라는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면서 관양동의 주택부지와 상가는 급격히 증가했고, 이어 관양중학교 담벼락 아래의 점포들이 생긴 것이 관양시장의 시작이었다. 이후 관양시장은 관평로 328번길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이곳을 이끄는 상인회 회장 박동성을 만나보았다. 그는 안양군포 상인연합회회장이자 안양군포의왕과천 소상공인 연합회의 수석부회장이기도 하다.
“관양시장은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박회장이 일구어낸 일들은 화려하다. 먼저 시장의 통합을 주도했고, 아케이드공사를 했으며, <유쾌한 문화학교>로 관양시장을 활성화했다. 이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2011년에는 경기도 도지사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국무총리상과 안양시민 대상을 받았다. 관양동에서 산 지 30년이 되어간다는 그는 원래 경남에서 공무원 생활을 6년 했다고 한다. 이후 안양으로 올라와 관양동에 부동산 사무소를 낸 뒤, 넓은 인맥과 포용력을 인정받아 관양시장의 회장으로 뽑혔다.

8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맨 처음에는 제 본업인 부동산 일은 거의 포기해야 했어요. 상인회 업무량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는 2007년에 취임하여 지금까지 8년에 걸쳐서 상인회 업무를 맡았다. 정리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책임 질 사람은 박 회장 한 사람 뿐이었다.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했음이 익히 짐작이 된다. 산적한 일의 양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장의 통합이었다. 전국의 전통시장이 그렇듯 관양시장 역시 상인회가 통합되어 있지 않고 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집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한 개의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정확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많은 창구보다는 단 하나의 창구가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시장 통일을 일구어 내다
“먼저 10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기초자금을 만들었어요. 상인회의 운영에는 기초자금이 필요하죠. 여기에서 시작하여 상인들의 통합을 위해 춘천 유원지에서 단합대회와 체육대회를 했죠. 음식을 마련하고, 주류, 앰프까지 차에 싣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분열된 상인회간의 위화감을 없애는 것이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가 취임하기 이전의 관양시장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 고개를 중심으로 ‘윗쪽 상인’과 ‘아랫쪽 상인’으로 나누어져 있었던 것. 하지만 기초자금을 시작으로 한 상인회 운영자금 통합과 주기적인 만남으로 ‘남북통일’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관양시장은 날개돋힌 듯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상인회 건물로 통합을 꿈꾸다
“아시다시피 전통시장 내부에 상인회 건물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몇 평짜리 쪽 사무실이 사방에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역시 통합을 위해서는 상인회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인회 건물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고 더불어 시장을 찾는 고객들까지 품을 수 있다고 판단한 박 회장은 나라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진심을 풀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지원금을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변 사람들과 기관의 걱정을 뒤로 하고 그는 지역 국회의원을 설득하여 정부예산을 받는데 성공, 건물을 구입한다.
“그 해 12월에 10억이 안양시 예산과로 들어왔어요. 지역 국회의원에게 ‘돌 직구’를 던져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진실은 통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완성된 상인회 건물에는 관양1동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 상인은 물론 주민들의 편익을 돕고 있다. 지층에는 에어로빅, 풍물, 다이어트댄스, 1층에는 고객쉼터가 있고 2층에는 어린이 바둑교실부터 성인 일어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3층에는 상인교육관과 방송실이 있다. 이 뿐 아니라 1층에 지역주민과 시장을 위한 ICT카페 설립이 추진 중이다. ICT카페는 시장을 방문한 주민에게 원하는 품목을 취급하는 상점을 찾아주거나 행사나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허브가 될 전망이다.
아케이드부터 유쾌한 문화학교까지
그가 시장의 발전을 이끈 내용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날씨에 관계없이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했으며,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평촌점과 협약을 맺고 경영마케팅 기법과 디스플레이 등 각종 노하우를 전달받는 동시에 대체휴무 교환 등으로 상생을 도모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전통시장 활성화 국책사업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약칭 문전성시’의 일환으로 <유쾌한 문화학교 관양시장>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서 는 '시장이 학교다'란 주제로 상인·주민·학생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문화사랑방 조성, 관양시장 둘레길 지도 만들기, 문화동아리 활성화, 매출 신장을 위한 솔루션위원회 운영, 방송과 신문을 활용한 소식 나누기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상인과 주민, 학생이 하나가 된 것.
올해에도 <유쾌한 문화학교>의 정신을 이은 행사가 준비 중이다. 9월 2일 화요일 11시부터 18시까지 열리는 <추석맞이 고객사은 대잔치>가 그것으로, 부모님과 함께 하는 과자집 만들기 등 어린이를 위한 행사부터 100인분에 달하는 대형 비빔밥 만들기, 인절미 시식회, 무료 사진촬영과 액자 증정, 다문화 가정 전통시장 체험 등 가족 간의 정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관양시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무료로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관양시장 점포 세 곳 이상의 영수증을 가져오신 고객에게 9월 2일 1시부터 선착순 100명에게 계란 한 판을 무료로 드릴 예정입니다. 이외에 일정 금액 이상 구입고객에게 온누리 상품권과 선물도 드릴 것입니다.”

정 깊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전통시장은 정이 깊은 공간이다. 예로부터 마을의 소식은 시장에서 대부분 들을 수 있었다. 이 점은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관양시장 역시 관양지역의 소소한 사건사고들을 들을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이다.
“시장에 오면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다 알 수 있어요. 윗집 청년이 그저께만 해도 말짱하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부터 어느 집 몇 째 딸이 결혼하는지, 그 집사위는 어떤 사람인지까지도 들을 수 있죠. 애사 경사가 일어나면 함께 하는 애틋한 정이 있죠.”
박 회장은 ‘전통시장은 친절하지는 않지만 무뚝뚝함 속에 숨어있는 정이 깊은 곳’이라면서 앞으로도 시민과 상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