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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놀이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다 [정분아 전통놀이지도사(놀이활동가)]

전래놀이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다 [정분아 전통놀이지도사(놀이활동가)]

by 안양교차로 2020.01.14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이 노래의 제목처럼 그때 그 시절은 ‘보물’ 같은 하루하루였다. 아무런 놀잇감이 없어도 친구들과 맨몸으로 부대끼며 노는 것이 일상이어서 소중한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놀이로 우리는 몸과 마음 모두를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이 평생에 있어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물 같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분아 전통놀이지도사(놀이활동가)
정분아 전통놀이지도사(놀이활동가)
놀이로 몰입과 집중의 습관을 만들다
25년간 학원과 공부방을 운영하고, 기간제 교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던 정분아 전통놀이지도사(놀이활동가)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요즘 맞벌이 부모들이 많다보니까 아이들이 가정에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공부방을 운영할 때도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10분 정도는 무조건 수다시간을 가졌고, 일주일 중 하루는 함께 요리를 하거나 공원에 나가서 놀았어요.”
그러던 중 딸이 우연히 뇌교육을 8년간 배우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뇌교육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뇌교육을 익히면서 그동안 해왔던 놀이활동이 뇌를 유연화하는 단계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놀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수업 중에 이러한 놀이를 배운다. 그런데 초등학생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놀이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 제약을 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동아리 활동이 의무화가 되면서 뉴 스포츠 등은 많이 늘어났지만, 아이들의 관심이 더 많고, 아이들을 더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래놀이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놀다보면, 다른 상황을 잊어버려요. 그것이 몰입이고, 집중이에요.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내편도 없고, 네 편도 없이 같이 어울리게 되고요. 아직은 전래놀이의 매력을 아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죠.”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변화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도 놀이시간을 갖기 쉽지 않다. 초등학교 돌봄교실까지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 번만 놀이시간을 보내도 아이들의 변화는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학생은 혼자서 고집을 피우고, 다른 친구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6번째 시간, 혼자고누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바뀌었다. 항상 말을 안 듣고, 친구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우연히 접한 전통놀이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발견한 것이다. 혼자고누는 32개의 말 중에서 말을 적게 남기면 이기는 게임이다. 보통의 그 또래 아이들이 7개 정도 남기는 것에 비해 그 아이는 단 2개의 말을 남겼다.
“혼자고누왕이 되고나서부터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했어요. 물론 반칙도, 떼도 쓰지 않더라고요. 그 밖에도 아이들에게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겨요. 내성적인 아이는 활발해지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마음을 터놓고, 말을 건네죠.”
놀이에 빠지면서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받은 어른들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아파트 놀이터나 공터에서 자녀들과 놀다가 주변에 아이들이 모이면서 여러 아이들을 통솔해 놀이시간을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
“놀이가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해요. 특히 놀이가 관계를 잇고, 소통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요. 저는 수많은 놀이의 장점 중 여기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의왕시 진로코치, 전래놀이활동가로 활동하는 그가 수많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중간에도 몸놀이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마음을 놀이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봉사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
바람개비마을에서도 정분아 봉사자는 한 달에 한 번씩 놀이 봉사에 참여한다. 강강술래를 포함해 옛날 아이들이 동네에서 했던 놀이들을 함께 나눈다. 올해에는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놀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어르신들에게도 전래놀이는 큰 역할을 한다. 어르신들은 예전에 이미 놀아보셨기 때문에 전래놀이에 대한 추억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이봉사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웃는 모습만 봐도 너무 즐거워요. 노는 데 별 비용이 들지 않잖아요. 우선은 제가 신나게 놀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같이 놀 수 잇다는 것이 참 즐겁죠. 특별한 장비도 필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놀이만큼 봉사활동을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놀이봉사는 처음에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저 아이들, 저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막상 부딪혀보면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자신이 즐거워서 놀다보면 어느새 다 같이 모여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