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깨달음에서 우러난 봉사” [은태광 봉사자]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깨달음에서 우러난 봉사” [은태광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02.13

우연히 라디오에서 어려운 이들의 사연을 들은 그는 그날 이후로 봉사자가 되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욱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봉사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있어 봉사는 여유가 생기면 해야 할 일이 아닌 반드시 계속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은태광 봉사자
은태광 봉사자
장애인의 꿈을 이뤄주다
20년 전 은태광 봉사자는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울 때였고, 아직 지자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을 마련해놓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서 대신 차로 이동을 시켜주는 봉사를 맡았다.
그렇게 시간 약속을 하고, 정해진 장소에 데려다주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의 장애인이 보내는 일상을 알게 되었다. 몇 개월간 그가 이동을 도와주었던 장애인 중 한 명은 무전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곤 했다. 그 사람은 몸이 불편한 대신, 집에서도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전을 꿈꾸었다. 결국 그는 자격을 취득하고 무전기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사연은 소식지를 통해 알려졌고, 은태광 봉사자역시 이 일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렇게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덕분이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었던 IMF 때, 한 라디오방송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방송을 들으면서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도 더 힘든 사람이 많구나’싶어서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봉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구나 싶어서 계속 봉사를 하게 됐죠.”
그렇게 3년 동안 봉사하던 그는 이사하면서 다른 봉사를 찾았고, 대형 봉사단에도 몸담았지만 현재는 행복드림플러스와 더작은사랑모임으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하던 집수리가 봉사가 되다
행복드림플러스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 집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으로, 그는 주로 도배나 장판, 페인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 행복드림플러스 내에서도 몇 명 되지 않는 기술자로 통하는 그는 자신의 집처럼 깔끔하게 공들여 집을 고쳐주며 큰 보람을 얻는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도배나 장판, 페인트를 했던 때가 있었어요. 어깨 넘어 보기도 하고, 직접 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분들께서 잘한다고 치켜세워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즐겁게 봉사하고 있죠.”
이렇게 행복드림플러스를 하면서도 그는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어서 봉사단을 찾았다. 그간 월 얼마정도의 금액을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단체에 기부하던 그는 ‘내가 직접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를 고민했고, 수소문을 하다가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더작은사랑나눔모임에 합류했다. 더작은사랑나눔모임은 전국적인 모임으로, 군포와 안양 지역에는 12명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루어지며 회원들이 매달 모은 금액은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지금까지는 말 그대로 작은 모임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장학금을 더 폭넓게 줄 수 있는 모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힘을 모아 봉사에 뛰어들다
그는 지금까지 20년간 봉사를 해오면서 단 하나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더 넉넉하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개인이 혼자 봉사와 기부를 이어가는 데에는 그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봉사단체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이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봉사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개인이 봉사단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안타깝다. 그가 이렇게 봉사에 앞장서는 이유는 봉사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보람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처럼 저도 봉사하고 나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또 늘 해오던 것이니까 익숙하게 하루하루 해나는 것이죠.”
그의 자녀들 역시 그런 그를 보고 배우며 함께 봉사에 나선다. 아들이 함께 집수리에 나서기도 했을 정도로 자녀 역시 봉사에 대해 또래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교육적이죠. 나중에 제 자식들 역시도 능력과 시간이 될 때, 사회를 뒤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