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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손길로 고쳐낸 이웃들의 헌 집 [행복드림플러스 정지곤 대표]

따뜻한 손길로 고쳐낸 이웃들의 헌 집 [행복드림플러스 정지곤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8.12.26

날이 추워질수록 어려운 이웃은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방은 한낮에도 따뜻해질 기미가 없고, 밤이 되면 집 안으로도 바람이 분다. 이렇게 한겨울을 보내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집 고치기에 나선 이들이 있다. 도배와 장판은 물론, 전등이 나가거나 수도꼭지가 잘못 되었을 때도 찾아가 따뜻한 손길로 집을 고쳐주는 이들의 도움으로 올해 겨울은 조금은 따뜻해졌을 것이다.
행복드림플러스 정지곤 대표
행복드림플러스 정지곤 대표
서툰 손길로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능숙해지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의 집을 고쳐준 지 7년, 처음에는 도배도, 장판도 서툴렀던 이들은 어느새 손발이 맞춰 금세 헌 집을 새집으로 고쳐낸다.
“저도 도배, 장판은 눈으로 보기만 했지 시공을 할 생각은 못했죠. 처음에는 도배할 때, 풀칠도 오래 걸리고, 힘들게 봉사해도 모양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서툰 손길로 고쳐드려도 어르신들은 굉장히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되었죠.”
한 두 가정부터 시작하게 된 봉사는 점차 그 수가 많아졌고, 2015년 이들은 경기도 비영리 민간봉사단체로 행복드림플러스를 등록한다. 이렇게 제대로 이름을 짓고 봉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의왕시 주민센터에 요청해서 각 동의 동장이나 사회복지사로부터 집수리가 필요한 곳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의왕시 주민센터, 의왕시 자원봉사센터, 안양시 자원봉사 센터 등과 MOU협정을 맺으면서 그 범위를 넓혀나갔다.
“이전까지는 ‘어떤 집을 수리해야 할까’ 알음알음 찾았는데, 이렇게 각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기 시작하면서 봉사할 가정이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빨리 빨리 서둘러서 더 많은 가정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행복드림플러스 정지곤 대표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급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봉사할 곳을 많이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집수리 봉사로 세상을 배우다
봉사하는 날이면 봉사단원 여럿이 모여 일손을 거들지만 집수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는 것처럼 집이 비워져 있는 것도 아닌지라 수리 전에는 모든 가구며 살림살이를 밖으로 옮기고, 도배와 장판을 한다. 물론 도배와 장판이 끝난 뒤에는 다시 원상복귀를 하고, 청소까지 해야 한다. 이사와 인테리어를 함께 하는 것만큼의 품이 드는 셈이다. 여름에는 물에 빠진 것처럼 온 몸이 땀으로 젖고, 겨울에는 손발이 차가워져 일하기에는 더 힘이 부치지만 그래도 집수리를 통해 느끼는 바가 많다.
“처음에 봉사할 때는 ‘내가 시간이 있으니깐 봉사를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봉사를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삶의 방향도 고민하게 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자부심과 뿌듯함도 크죠.
특히 행복드림플러스의 정지곤 대표는 회원들에게 느끼는 마음도 남다르다.
“직장에 다니거나 개인 사업을 하면서도 소중한 주말에 나와서 시간을 할애해주고, 땀 흘리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표로서 늘 감동받곤 해요. 예를 들어 행복한 안경원을 운영하는 이진호 사장님은 어르신들에게 돋보기안경을 무료로 맞춰주시기도 하고요. 119봉사단 회원들은 주말이 아니라 주중에도 전등이 나갔다거나 수도꼭지에 이상이 있다고 하면 어르신들 집에 방문해서 고쳐드리고 오기도 하고요.”
더 많은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집수리를 기다리는 가정이 많아졌지만, 행복드림플러스에서 소화할 수 있는 가정은 일주일에 단 한 집이다. 회원 수는 어느 정도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을 쓰는 일이 많은 만큼 남성 회원을 필요로 하는데, 남성 회원을 모집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남성 회원이 확보가 된다면 하루에도 두 가정, 아니면 일주일에 두 가정을 할 수 있을 텐데, 주변에 홍보도 하고, 제안을 해보기도 하지만 잘 모이지가 않아요. 집수리 요청은 많은데 빨리 수리해드릴 수가 없으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행복드림플러스는 점차 봉사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제는 집수리뿐만 아니라 급하게 전등교체나 수도꼭지 교체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119봉사단이 나서서 평일, 주말 상관없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전등만 고치려고 해도 출장 수리를 부르려면 최소한 4~5만원이 들어요. 대부분의 어려우신 분들이 최저 생계비로 사시다보니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죠. 그래서 도배나 장판처럼 전체 집수리가 아니더라도 급할 때 요청해달라는 의미로 119봉사단을 조직했어요.”
게다가 올해 11월부터는 행복드림플러스에서 한 집을 수리할 때마다 의왕 숲속어린이집에서 쌀 100kg을 후원하고 있다. 이렇게 후원받은 쌀은 10kg는 새로 수리한 가정에, 나머지 90kg은 이전에 수리했던 가정에 나눠서 전달하고 있다.
“지금은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저희가 수리했던 모든 가정에 일 년에 한 두 번씩은 쌀이 돌아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그동안 행복드림플러스에서는 기업체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도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드림플러스에는 기업체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예산 확보가 된다면 더 많은 가정에게, 더 많은 혜택을 나눠줄 예정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