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소나무는 늘 푸르다. 왜?

소나무는 늘 푸르다. 왜?

by 정운 스님 2019.05.14

“눈이 내린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를 알 수 있고,
일이 어려워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雪後知知松松操 事難方見丈夫心 - <허당록>
일전에 온 가족이 스스로 이 세상을 하직했다. 30대 부부, 2살ㆍ4살 아기가 함께 숨을 거두었다. 남편이 실직을 당했고, 동시에 부인도 실직이 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데다가 이들에게 7천만원의 빚이 있었다고 한다. 빚 때문에 당사자들이 헤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동반자살을 한 것이다. 태어난 지 몇 년도 안 된 아기들은 무슨 죄로 죽어야 하나?!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죽은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이 앞선다. ‘오죽했으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어야 했나?’라고 동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게 보인다. 얼마든지 부부가 아직 젊으니까 노력하면, 그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또한 빚을 탕감할 수 있는 장치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우선 자신들보다 ‘자식들을 위해 한 번쯤 사회에 손을 뻗어보는 배짱을 왜 하지 못했는가?’라는 안타까움이다.
된장이 숙성되는데, 옆 가장자리에 곰팡이가 일어나고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 고통과 역경의 경계들이 있어야 된장이 완성된다. 이 세상을 살면서 사람에게는 끊임없는 고통과 괴로움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사람과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설령 자신에게 발생하지 않으면 자식에게 생길 수 있고, 부모에게서 발생할 수도 있다. 그 끊임없는 고통과 괴로움은 언제 일어난다고 준비하고 있지 않다.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난다. 그러기 때문에 힘든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역경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힘든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극단의 선택을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견뎌내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한다. 한문으로 보면, ‘감인堪忍 세계’라는 뜻인데,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글 첫머리에 언급한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다. 그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여름의 천둥과 겨울의 눈바람을 견디었기 때문이다. 그런 역경의 시간과 고난의 경계를 견디었기 때문에 늘 푸르게 자신만의 고고함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괴로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참고 견디며, 개척하려는 정신으로 극복할 때 비로소 인간의 참된 가치가 드러난다.
옛사람들은 ‘고통과 괴로움이 그대를 옥으로 만든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역경계를 잘 견뎌내라고 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빈부귀천을 떠나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 그대만이 겪는 고통은 절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비바람에 견디며 꿋꿋하게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