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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은 이유” [문정순 봉사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은 이유” [문정순 봉사자]

by 김재은 행복플랫폼 대표 2019.05.07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살아가며 겪는 대소사는 물론, 힘든 상황에서도 가까운 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보장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어려운 이웃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도울 수 있다.
문정순 봉사자
문정순 봉사자
시에서 챙기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채우다
문정순 봉사자는 동보장협의체가 처음 생겨난 4년 전부터 고천동 동보장협의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시청에서 관할했지만, 각 6개동에서 직접 동보장협의체를 운영하게 되면서 그녀는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꼽혀 봉사를 시작했다.
“시에서 챙기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아요. 아마도 그런 분들을 위해서 동 단위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동보장협의체가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으로는 주로 독거노인 어르신들의 집을 고쳐주는 일을 맡는다. 도배나 장판부터 시작해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장치를 해둔다. 만약 집이 지하나 2층이라면 계단 역시도 미끄럼방지 장치를 해놓는다.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요. 또 미끄럼 사고가 골절 등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어르신들 댁에는 미끄럼방지가 필수죠. 완성시켜놓으면 안심되기도 하고요.”
여름이면 모기장을 설치해드리고, 겨울에는 이불이나 전기장판을 갖다드리기도 한다. 일상적으로는 청소, 식사 챙기기 등도 이루어진다.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여러 번 찾아갈수록 어르신들도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저희도 더 반갑게 인사해요. 어르신들께서 그 전에 해줬던 봉사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해주시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서가 아니라 어르신들께서 조금 더 편리하게 생활하고 계신다는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죠.”


어려움을 알기에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
그녀도 봉사를 하면서 혼자서 살고 계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보장협의체에서 봉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들도 많다.
“자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돌보지 않아서 혼자서 살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은 보살핌이 부족한 것은 물론,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사정이 안 좋기도 하고요.”
가장 안타까운 점은 혼자 사시는 경우, 식사를 제대로 챙겨 드시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몸이 불편해서 무엇을 해 드실 수 없고, 혹여나 다른 봉사단체에서 도시락이나 반찬을 해드리는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챙기기가 어렵다.
“싱크대나 냉장고를 청소해 드리려고 가보면, 음식이 다 썩어 있어요. 해먹기에는 힘드셔서 못 드시고, 아까워서 버리시지는 못하니까요. 제 마음으로는 엄마나 할머니 같으니까 식사를 챙겨드리고 싶기도 한데, 매일 해드리러 가기는 어려워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죠.”
봉사를 하다 보니 해드리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 최근에는 봉사자들 사이에서 어르신들에게 허리 도수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를 모셔서 해드리기는 어려우니, 대신 자세교정이나 스트레칭이라도 교육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대가 있으셔서 허리통증을 호소하시거나 걸음도 제대로 걸으실 수 없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더 악화되기 전에 자세교정이나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줄이고,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주민센터에 건의했어요.”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작은 봉사
그녀는 동보장협의체 말고도 농협주부대학을 통해서 노인정에서 발마사지나 허리마사지를 해드리는 한편, 사랑채와 아름채에 배식봉사에도 나선다. 그녀가 이렇게 봉사하게 된 계기는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마음이 있어도 바빠서 못했고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까 내가 필요한 곳을 찾게 되더라고요. 어디에 가서 뭘 해볼까. 내가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했죠.”
그녀는 마음은 있어도 어떻게 봉사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주민센터를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봉사를 안 하시는 분들은 잘 안 보이지만, 봉사를 시작하시면 도움이 필요한 곳이 눈에 잘 보일 겁니다. 혹시 마음이 있다면 가까운 주민센터를 찾아가 작은 봉사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